미션21

2025.01.07(화) 14:50

제주도 친구는 수없이 “미친 놈”이라는 단어를 반복했습니다.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티켓팅해 서울로 올라갈 기세였는데 만약 빠른 비상계엄해제가 국회로부터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서울로 갔을 것입니다. 친구에 비해 전 그의 분노에 간간히 맞장구만 치며 조용히 티비를 시청했습니다.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고 마치 진지한 코메디 같은 해프닝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실시간 뉴스를 보다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비상계엄령은 160여 분 만에 해제되었고 윤석열 씨는 국무회의를 통해 비상계엄령해제를 승인했습니다. …

화해자로 살아가기

지난 12월 3일 늦은 저녁,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로 온 국민은 불안과 분노로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5.18을 경험했던 광주 시민들은 국가 폭력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5.18를 주제로 쓴 ‘소년이 온다’로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과의 기자회견에서 말하기를, 무장 군인과 시민들이 뒤엉켜 있었으나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하면서 고국의 안위를 걱정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개인의 삶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적 차원에서 매일 여러 가지 형태의 폭력 속에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망 각

우리가 생각을 잊어버리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나이가 들어서, 아니면 그냥 너무 바빠서 그러기도 합니다. 우리는 비밀번호, 사람들의 이름, 심지어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도 잊어버립니다. 우리의 머리에 집어넣을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걸 기억하기 위해선 다른 것을 지워야 합니다. 또 우리의 머리에는 대수롭지 않은 것을 기억하는 저장소가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억 장소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주, 많은 것을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하신 일들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산다

가을이 깊어가고 낙엽은 도로 위를 뒹군다. 봄의 영화는 어느새 자취도 없다. 아합과 그 아내 이세벨은 구약 성경에서 중요한 인물로, 그들의 행적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 아합은 유다 왕 아사 제38년에 오므리의 아들로 북광국 이스라엘의 왕위에 올라 사마리아에서 22년간 다스렸다. 그런데 이 아합은 이스라엘의 어느 선왕보다도 더 야훼의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하였다.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었고, 이세벨은 그의 아내로서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왕은 이세벨에 의하여 움직여졌다. 통치시간은 내내 아합과 이세벨의…

“저는 반대합니다”

저는 ‘악법저지를 위한 10월 27일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를 반대하고 참여하지 않습니다. 제가 속한 교단(기독교한국침례회)는 총회 결의사항은 아니었지만 임원회에서 10월 27일 200만 연합예배에 함께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집회에 동의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합니다. 설령 총회 결의 사항이라 할지라도 제가 속한 교단의 개교회와 목회자는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속한 교단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반대의사를 표하는 것은 쉽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현해야겠다고…

“폭염도시 광주”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 8월은 월 평균 28도로 ‘기록적으로 더웠던 달'로 남게 됐습니다. 특히 광주광역시는 폭염 일수 평년 세 배, 열대야 일수 평년 두 배로 찜통과도 같은 여름을 지났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체감온도에서도 대구 28.76도, 대전 29.05도, 광주 29.52도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광주 폭염의 원인이 무엇일까요? 지정학적 요인으로 서남해안으로부터 뜨거운 해풍이 평야를 밀고 올라와 광주는 습하고 뜨겁습니다. 지난 10년 간 7월 평균 습도를 보면 2014년 72%, 2023년 94%, 2024년 84%로 불쾌지수가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초고층 아파트 인공건축물이 도시 열섬 현상을…

염 소

며칠 전에 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조연이 잘 해주어야 주연이 살아난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조연도 같이 사는 결과가 되겠지만…. 아무튼 조연이 역할을 잘함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소기의 목적인 관객들을 많이 불러 모아서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연 중에는 악역을 담당하는 사람이 꼭 있게 마련입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 주느냐에 따라서 주인공의 의가 빛나게 되는 것을 보고 세상과 신앙의 이치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양같이 순한 …

은총의 비가 내리도록 하려면

세상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성경적 안목으로 보면 말세의 풍조들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말세를 살아가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책무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드려지는 예배만으로 끝인가?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는 지엽적인 문제들에는 어떠한가? 나라의 일에는 어떠한가? 통치자의 일에는 어떠한가? 교회는 세상에 무관하는 것이 옳은가? 성경에서 엘리야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악한 왕으로 악명을 떨친 아합왕 앞에 보냄받은 선지자였다. 고독한 선지자 엘리야는 하나님의 말씀에는 귀를 막고 사는 아합왕 앞에 섰다. 그가 왕 앞에서 한 일은 갈멜산 위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어른의 모습’

목회자로서 50대가 되니 나름 교단 중요 사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게 됩니다. 그러나 항상 자기 검열이 강하고,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신경 써야 합니다. 제글을 읽는 목회자들에게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하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상호 예의는 기본입니다. 그럼에도 글쓰기가 녹록치 않습니다. 그중 가장 부담스러운 글쓰기 대상은 대선배 목회자들입니다. 그분들의 지난 목회 경력과 이룬 결과들을 보면 공과를 떠나 제가 감히 논평할 수 없는 삶입니다. 엄혹한 시대를 살아왔고, 그 시대를 견디며 목회일념으로 살아온 대선배 목회자들을 통으로 폄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물건중독’(stuffitis)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다큐멘터리 에서 소개된 낱말이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물건중독은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도박중독, 게임중독 등 모든 다른 중독들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이러한 중독현상들의 위험한 공통점 중 하나는 ‘모든 중독자들이 자신의 중독상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중독을 치료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중독상태를 스스로 의식하고 인정하는 단계가 필수적인데, 중독자들이 가장 하기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인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인정하는 일이 보다 더 까다로운 중독이 바로 물건중독이다. 물건중독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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