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조연이 잘 해주어야 주연이 살아난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조연도 같이 사는 결과가 되겠지만…. 아무튼 조연이 역할을 잘함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소기의 목적인 관객들을 많이 불러 모아서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연 중에는 악역을 담당하는 사람이 꼭 있게 마련입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 주느냐에 따라서 주인공의 의가 빛나게 되는 것을 보고 세상과 신앙의 이치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양같이 순한 사람들이 많지만, 꼭 양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뿔로 들이받아서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는 염소들도 있게 마련입니다. 염소들과 접촉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비록 염소가 아프게 할지라도 그 아픔 때문에 우리 인생은 성숙해 갑니다. 성경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사울은 다윗의 인생에 있어서 성군이 되게 하는 큰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사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윗의 인생 스승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윗에게 왕위를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며 일생 다윗을 찾아 헤맬 때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다윗은 그 어려움으로 인하여 하나님을 더욱더 알고 가까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때 체험한 하나님의 살아 계심과 역사하심은 그의 일생을 통하여 하나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산 신앙이 되었던 것입니다. 믿음은 체험을 통하여 성장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데에 고난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야곱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야곱하면 먼저 사기꾼이라는 인상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점은 우리가 너무 단순하게 세뇌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야곱 본인은 상당히 억울할 것이라는 느낌도 또한 듭니다. 성경 내용만으로 본다면 두 번의 속임이 있었는데 그것도 완전한 속임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한번은 에서와의 합의로, 그리고 또 한 번은 어머니의 계획에 동참했던 사건입니다. 물론 야곱이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기꾼의 대명사로 취급받는 것은 좀 억울할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아무튼 야곱에게는 에서라는 염소가 있어서 그의 인생 전환점을 맞을 수 있었고, 또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하나님이 택하신 열두 지파의 아버지가 되는 영광을 누릴 수가 있었습니다. 에서가 있었기에 70이 넘은 나이에 정든 고향을 떠날 수가 있었고, 오직 하나님밖에는 의지할 곳이 없었기에 그의 신앙은 날마다 체험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롭고 슬플 때 비로소 사람들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야곱도 하란으로 가는 힘들고 외로운 여정 가운데서 하나님을 만났고 또한 그분으로부터 어디나 동행하시겠다는 약속과 다시 이 땅으로 이끌어 오시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고향에서 편안히 노후를 맞았다면 이렇게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역할은 다른 사람의 몫으로 넘어갔을 것입니다. 고난을 통하여 인생 여정이 아름답게 승화되는 경험을 야곱은 체험하였습니다. 그러나 야곱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또 한 마리의 염소가 하란에서 뿔을 감추고 야곱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반 에게는 확실히 속이는 기질이 있었습니다. 역시 라반은 선수였습니다. 속임수를 쓰는 방법도 그랬고, 우발적이 아닌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데도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야곱은 라반의 뿔에 많이 받히면서 인생을 배우게 되고 하나님을 더 의지해야 한다는 성숙한 신앙을 또한 얻게 됩니다. 두 마리의 염소 사이에서 연단을 받은 야곱은 최후로 얍복강 가에서 하나님과 사생결단하게 됩니다. 그 결과로 두 마리의 염소들을 물리치고 승리자가 된 야곱을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만날 수가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특별한 경우가 아닐지라도 우리의 삶 속에서 고난이 유익인 경우를 얼마든지 만날 수가 있습니다. 신앙을 떠나서도 고난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랄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기도 내용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저 형통함과 평안함만을 바라는 기도는 우리에게 별로 유익하지 않은 기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믿음의 선진들의 발자취를 보면 더욱 확실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안락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주를 위해 고난 받는 것을 기뻐했던 사람들입니다. 누구나 고난을 자처해서 받기는 싫어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인생을 잘 아셔서 염소를 우리 가운데 넣으시고 인생의 채찍으로 사용하셔서 우리의 인생과 신앙을 풍요롭게 하십니다. 그래서 염소는 신앙과 인생에서 꼭 필요한 존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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