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독교는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나는 인상을 준다. 특히 불의한 세상 속에서 기독교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뒷북만 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사회의 아픔과 고통, 불평등 앞에서 침묵하거나 심지어는 그 불의를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 사람들은 기독교를 외면한다. 정말 기독교는 불의한 세상을 등지고 과거에 갇혀버린 종교인가?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불의가 만연한 시대를 산다.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사회적 약자는 여전히 고통받으며,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는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이러한 문제들 앞에서 사람들은 종교, 특히 사랑과 정의를 외치는 기독교가 어떤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기독교는 때로 이러한 사회 문제에 대해 침묵하거나,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개인의 영혼 구원'만을 외치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불의한 현실을 외면한 채 천국만을 이야기하고, 부조리한 시스템 앞에서 침묵한다면, 과연 세상은 기독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성경은 분명히 정의(미슈파트)와 공의(체데크)를 강조한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사회의 불의와 부패를 향해 준엄한 하나님의 심판을 선포했고, 약자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비판했다.
예수님 또한 세리나 창녀 같은 소외된 자들을 품으시고, 당시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을 꾸짖었다. 초기 기독교는 로마 제국의 불의와 맞서 싸우며 박해 속에서도 사랑과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독교는 왜 그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이는가?
기독교가 불의한 세상에서 ‘뒷북'을 친다고 비판받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사회 문제에 대한 무관심 혹은 무지이다. 많은 신자가 세상의 고통에 무관심하거나, 복잡한 사회 문제를 단순한 ‘죄'의 문제로만 치부한다. 구조적인 불의나 제도적 폭력에 대한 이해 없이 개인의 도덕성만을 강조한다면, 세상은 기독교를 현실과 동떨어진 종교로 여길 수밖에 없다.
둘째, 권력과의 유착이다. 교회가 세상의 권력과 손을 잡고 부와 명예를 추구할 때, 그 교회는 예언자적 기능을 상실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잃게 된다. 불의한 권력에 침묵하거나 오히려 이를 옹호하는 모습은 세상으로부터 기독교가 가장 먼저 외면당하는 지름길이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성경 말씀(디모데전서 6:10)은 교회 공동체에도 적용되어야 할 준엄한 경고이다.
셋째, 내부의 도덕적 해이와 이중성이다. 교회 내부에서 발생하는 성추문, 재정 비리, 권력 다툼 등의 문제들은 세상에 가장 큰 실망과 비판을 안겨준다.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보느냐"는 예수님의 말씀(마태복음 7:3-5)처럼, 교회가 스스로의 죄를 직면하지 못하고 세상의 불의만을 지적한다면, 그 어떤 메시지도 힘을 얻을 수 없다.
넷째, 시대 변화에 대한 경직된 태도이다. 젠더 감수성, 환경 문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웃과의 관계 등 현대 사회의 중요한 가치와 담론에 대해 기독교가 과거의 잣대만을 들이대며 배타적이거나 혐오적인 태도를 보일 때, 젊은 세대와 지성인들은 기독교를 시대에 뒤떨어진, 소통 불가능한 집단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복음이 진정으로 전파될 기회를 스스로 닫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가 사회의 불의에 대해 침묵하거나 때를 놓치고 뒷북을 자주 치면, 성경에 기록된 ‘벙어리개'와 같다는 조롱을 받게 된다. 이사야 56장 10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이스라엘의 파수꾼들은 맹인이요 다 무지하며 벙어리 개들이라 짖지 못하며 잠꾸러기요 눕기를 좋아하며 잠자기를 즐겨하나니."
이 말씀은 깨어 경고하고 지도해야 할 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은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불의에 대해 경고하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며 존경을 잃게 된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불의한 세상에서 어떻게 뒷북이 아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첫째, 성경적 정의와 공의의 실천이다. 우리는 단순히 개인의 구원을 넘어,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기도하고 그 뜻을 실천해야 한다. 이는 사회의 불의한 구조를 비판하고,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가 사회 정의를 위해 앞장설 때, 세상은 비로소 기독교의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다.
둘째, 겸손한 자기 성찰과 회개이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부의 문제에 눈감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부족함과 죄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개혁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투명한 재정 운영, 건강한 리더십 구축, 성숙한 윤리 의식은 교회가 세상을 향해 진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셋째, 사랑과 환대의 정신 회복이다. 기독교의 본질은 아가페 사랑이다. 이는 조건 없는 사랑,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인종, 성별, 지위, 종교를 넘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환대하며, 편견 없이 포용하는 모습이야말로 세상이 기독교에서 찾고자 하는 본연의 모습이다. 우리가 배타성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할 때, 복음은 비로소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넷째, 복음의 본질에 대한 재정립이다. 기독교는 단순히 교리나 규칙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관계이자,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 주는 희망(elpis)의 메시지를 현대인의 언어로, 그리고 그들의 삶의 맥락 속에서 전달해야 한다. 복음은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한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모든 문제에 직면할 용기와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동기를 제공한다.
기독교가 불의한 세상에서 뒷북을 치며 외면당하는 것은, 결코 성경이 가진 진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 진리를 제대로 삶에 적용하지 못하고, 세상의 필요에 적절하게 응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세상의 아픔과 함께하는 앞장서는 기독교가 되어야 한다. 고통받는 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불의한 시스템에 대해 정직하게 비판하며,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를 삶으로 실천할 때, 세상은 비로소 기독교가 진정으로 살아있는 생명의 종교임을 깨닫고 다시금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이는 단지 교회의 성장을 위한 전략이 아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대사명(Great Commission)의 본질이자,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lev Elohim)을 나타내는 길이다. 불의한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며,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도록 헌신할 때, 기독교는 결코 뒷북치는 종교가 아니라, 시대를 이끄는 희망의 등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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