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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시대, 한국교회에 공공성을 묻다
미션21 phj2930@nate.com
2026년 06월 11일(목) 10:18
文載 이박행목사
미션21 주필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 대표 건강한교회와사회포럼 상임대표 광주YMCA선교위원
환경주일을 맞이한 오늘, 한국교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질문 앞에 서 있다. 우리는 과연 창조 세계를 지키는 공동체인가, 아니면 파괴의 구조에 무심히 편승한 또 하나의 소비 집단인가. 이 질문을 회피하는 한, 교회의 신앙은 공허한 언어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기후 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탐욕이 구조화된 결과이며, 동시에 신앙의 실패가 축적된 역사이다. 폭염과 홍수, 이상기후는 자연의 경고이기 이전에 인간 문명의 방향에 대한 심판적 징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여전히 이 문제를 ‘부차적 의제’로 밀어두고 있다. 구원은 말하면서 창조는 외면하는 이 이중적 태도는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성서는 인간에게 자연을 ‘정복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작하며 지키라’고 했다. 이는 분명한 청지기적 책임이다. 그러나 오늘의 교회는 이 명령을 망각한 채, 성장과 확장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다. 대형화된 예배당, 과잉 소비적 행사, 편의 중심의 운영 방식은 교회 역시 기후 위기의 공범임을 드러낸다. 문제는 인식이 아니라 태도의 결핍이다.
이제 교회는 선택해야 한다. 선언적 구호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구조적 전환으로 나아갈 것인가. ‘녹색교회’라는 이름이 유행처럼 소비되는 동안, 실제로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종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회개는 감정이 아니라 방향의 전환이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을 제한하며, 지역 생태와 연대하는 구체적 실천 없이 환경주일을 반복하는 것은 자기기만에 가깝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교회의 공공성 부재이다. 기후 위기는 개인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산업, 정책, 도시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개인의 노력은 한계에 부딪힌다. 그럼에도 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회피한 채 내부 경건에만 머무르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제는 공공신학의 관점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탄소중립 정책, 지역 생태 보존,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 전환에 대해 교회는 침묵할 수 없다.
특히 한국교회는 도시 중심 성장 구조 속에서 농어촌과 자연을 주변화해왔다. 그러나 생태 위기의 해법은 오히려 그 주변부에 있다.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 도농 순환 구조 회복, 생명 기반 경제로의 전환은 교회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교회가 다시 ‘생명의 플랫폼’으로 서지 못한다면 그 존재 이유는 점점 더 약화될 것이다.
예수의 삶은 분명했다. 그는 소유하지 않았고 자연을 지배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조물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드러냈다. 들의 백합화와 공중의 새를 통해 가르친 그의 메시지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한 선언이었다. 그 선언은 오늘의 교회에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따를 의지가 있는가이다.
환경주일은 기념일이 아니다. 그것은 심판의 질문이며 동시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다음 세대는 우리의 신앙 고백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평가할 것이다. 창조 세계를 파괴하면서 복음을 말하는 교회는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이제 교회는 회개하고 전환하며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감당해야 할 유일한 응답이다.

미션21 phj293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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