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꽃은 예전처럼 계절의 시간을 맞추지 않는다. 요즘같이 꽃피는 시기가 예측할 수 없는 데는 더욱 그 말이 살갑게 와 닿는다. 지역의 꽃에 관한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정말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그 시절의 봄이 그립다. 잠깐 왔다 가는 봄이나 눈여겨보았다가 붙잡지 않으면 아예 놓치고 말 것이다.
이 봄은 선거의 계절이다. 나라도 교계도 모두 선거다. 4년 임기의 국회의원 선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단별로 총회에 나가는 총대라고 부르는 일군도 뽑는다. 하나는 세상의 선거이고 하나는 종교계의 선거다. 저마다 출사표를 내고 표 얻기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거기에는 예전에 눈살 찌푸리게 했던 자들도 많다. 하지만 저마다의 출마의 변은 한결같이 환상적이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이 땅은 금방 천국같이 될 것이다. 인간들이 꿈꾸는 세상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늘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반대의 길로 나아간다.
이런 상상을 가끔 해본다. 만약 모든 선거에 당선하는 자들에게 일체의 세비나 활동비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 절대 무보수 봉사의 직으로 하게 하면 어떻게 될까? 국회의원도, 총대도 총회장도 모두 ‘절대 무보수’로 하면 정말 안 될까? 완전 무보수 직을 수행할만큼 경제적으로도 완전히 준비된 자들이 나와서 일할 수 있는 제도가 되면 안 될까? 물론 절대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죄인 된 인간과 죄악으로 가득한 인간 세상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서 내려와 십자가에서 처참하게 십자가에서 목숨 버리신 예수님의 모습에게서 그 가능성을 본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절대 무보수 사역자’이셨다. 땅에서 사신 마지막까지 절대 무보수 사역자!
하나님은 그렇게 사신 예수 그리스도를 ‘부활’시키셨고 가장 존귀하게 해 주셨다. 땅에 있는 명예와 그것을 위해 갖은 방법으로 편법을 동원하면서 가증스럽게 예수의 이름을 들먹이는 자들에게는 경종을 울려주신 사건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이고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죽으신 예수의 부활 자체는 온 세상에 던지는 ‘이렇게 산 자를 하나님 나는 예수처럼 부활시킨다’는 엄청난 선전포고다. ‘부활’이라는 선물, 아무에게나 막 던져주는 하찮은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반드시 그것에 합당하게 산 자에게만 주시는 값진 선물이다,
고난 주간을 보내면서 주님의 십자가는 우리에게 그것을 요구한다. 십자가, 곧 버림의 삶, 생명까지도!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의 목표이고, 실제 목표대로 좌고우면 하지 않고 쭉 걸어간 자들에게만! 하지만 우리는 십자가를 하나의 액세서리 쯤으로 여기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지!
주님 십자가 지고 가신 길에 뿌려진 것들은 골고다 끝까지 따라간 눈물 뿐이었다. 주님의 죽음과 부활은 절대 떼어낼 수 없이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다. 죽어야 얻는 부활은 죽지 않고 꿈꾸는 부활을 거부한다. 주님의 부활은 자기 것 희생하지 않으면서 꽃길만 걸으면서 부활을 원하는 자들을 거부한다.
며칠동안 봄비 내리니 꽃잎이 흩어졌다. 순백의 목련도 며칠 못가 떨어졌다. 땅의 봄은 주님 오시기 전까지는 해마다 피겠지만 인생의 봄은 한번뿐이다. 날아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영원히 봄은 소모품이다. 그것이 가기 전에 닳아지기 전에 진짜 십자가를 져야 한다. 봄날 곧 날아간다. 꽃잎처럼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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