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로서 50대가 되니 나름 교단 중요 사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게 됩니다. 그러나 항상 자기 검열이 강하고,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신경 써야 합니다. 제글을 읽는 목회자들에게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하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상호 예의는 기본입니다. 그럼에도 글쓰기가 녹록치 않습니다. 그중 가장 부담스러운 글쓰기 대상은 대선배 목회자들입니다. 그분들의 지난 목회 경력과 이룬 결과들을 보면 공과를 떠나 제가 감히 논평할 수 없는 삶입니다. 엄혹한 시대를 살아왔고, 그 시대를 견디며 목회일념으로 살아온 대선배 목회자들을 통으로 폄하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물론 개중에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거나 시대착오적 글 또는 발언을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저는 그분들을 싸잡아 비난하거나 속한 교단을 평가절하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존경받아야 할 어른인 대선배 목회자들이 힘들고 어려운 이 시대에 열심히 목회하고 있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위로하고 응원하기는커녕 오히려 타박하고 이권에 개입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특정 목적을 위해 정치적으로 사용하려고 하고 후배목회자들이 느끼기엔 서슬퍼런 권력을 휘두르고 용납하기 힘든 행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좌절하게 됩니다. 전형적인 “라떼는 ~" 퍼포먼스를 강단에서 또는 글로 시전할 때는 아예 교단을 떠나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합니다. 제가 너무 과격한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조금만 선배목회자들의 생각과 반대되는 발언을 하거나 자신을 불편하게 하면 직접적으로 또는 우회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가합니다. 심지어 사안을 떠나 발언만으로도 버릇없다는 말 즉 감히 어디 안전에서 그런 말을 하냐는 타박도 합니다.
선배 목회자에 대한 존중함이 없는 글쓰기나 발언은 당연히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합니다. 태도가 문제가 되면 어떤 문제도 해결의 고비를 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왜 후배목회자들이 그런 발언을 하게 되는 상황까지 오게되었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자기반성이 선배 목회자들부터 필요합니다. 그게 선배입니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지 말라고 무조건 누르는 것이 아니라 왜 후배들이 문제를 삼는지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 선배목회자들의 발언과 행동에서 자주 보입니다. 교세를 들먹이며 상대의 능력을 깎아내리고 폄하합니다. 목회경력을 들어 자신의 경험만이 진리인 것처럼 말합니다. 자신의 주장 외에는 어떤 것도 수용하지 않고 소통이라는 것을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고 수호하려는 노력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전통만 고수하려고 합니다. 항상 자신들만 옳습니다. 결코 사과하지 않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없습니다. 그리고 다 상대 탓입니다.
그런 선배 목회자들을 만나면 숨이 턱 막히고, 대화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공전을 거듭하게 됩니다. 결국 이를 바라보던 젊은 세대 후배들은 소통의 희망을 버리고 마음조차 떠나게 됩니다. 사실 떠나는 건 순식간이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은 수십 배의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아니 아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는 후배들에게 제 나름대로 희망을 제시하며 함께 변화를 일구자고 설득하지만 희망고문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저 또한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리고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제가 그러고 있는지 아닌지 말입니다. 강단에 서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그리스도인의 삶을 강조하지만 목사인 제가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봅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어른의 모습을 닮아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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