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중독’(stuffitis)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에서 소개된 낱말이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물건중독은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도박중독, 게임중독 등 모든 다른 중독들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이러한 중독현상들의 위험한 공통점 중 하나는 ‘모든 중독자들이 자신의 중독상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중독을 치료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중독상태를 스스로 의식하고 인정하는 단계가 필수적인데, 중독자들이 가장 하기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인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인정하는 일이 보다 더 까다로운 중독이 바로 물건중독이다. 물건중독 이외 여타 중독들은 여러 대중매체나 개인매체(SNS)에서 ‘나쁜 짓’으로 구별되고, 사람에 따라서는 중독에 들어서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세울 수도 있고, 중독에 걸려들었을 때에 치료해야겠다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반면 물건중독은 ‘나쁜 짓’으로 지목되지 않는다. 물건을 구매하는 일상적 행위 자체는 나쁜 게 아니기도 하다. 문제는 어떤 광고를 접했을 때 ‘전에 없던’ 구매욕구가 갑자기 생성되는 경우다. 광고를 보고 즉흥적으로 구매순서를 정하다 보면 어느덧 이게 필수구매인지 추가구매인지 알쏭달쏭해지는 시점이 온다. 혹시 이 시점에 이르렀는가? 그러면 안타깝게도 물건중독을 의심해볼 만하다.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잠 30:7~9)
너무 배부르지 않게 사는 삶, 너무 가난하지 않게 사는 삶. 우리 기독교인들의 소비활동은 바로 이 같은 신앙적 대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물건이 좋다는 말을 듣고서, 또는 그 물건을 소유하고 싶어서 소비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을 모른다 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소비하는 삶 말이다. 작금의 문제, 즉 지구환경과 인류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환경문제는 썩지 않는 쓰레기에 있다. 썩지 않고 오래 가는 플라스틱 폐기물, 썩기는커녕 반으로 줄어들기까지도 수십 년, 아니 수천수만 년이나 소요되는 원자력발전소 폐기물, 온갖 유해한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오염수 같은 쓰레기들이 진짜 문제다. 요컨대 썩어야 할 때, 죽어야 할 때, 사라져야 할 때를 모르는 쓰레기들이 문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먼저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스트: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을 보거나, 혹은 책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를 읽고 느낌을 나누는 모임을 열어보자.
다음으로 내 방, 우리 집, 우리 교회에 있는 물건들 가운데 1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자. 그 물건이 필수구매였는지 추가구매였는지 구별해보자. 나아가 그 물건을 유익하게 사용할 방안이 있을 지에 대해서도 궁리해보자. 꼭 나와 우리 가족, 우리 교회 교인들이 사용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나눔’이라는 최선의, 최후의, 최고의 멋진 대안이 있다. 밀알복지재단의 굿윌스토어(www.good willstroe.org)에 문의하면 기부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재활용과 새활용에 관심을 가진다.
1회용 플라스틱을 다회용 제품인 듯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나누어보자. 쓰레기를 재료로 예술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과, 헌옷을 멋진 새 옷으로 재탄생시키는 새활용 디자이너들을 응원하는 것도 좋다. 단, 재활용이나 새활용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활동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임을 명심한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