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을 빼앗긴 북극곰의 앙상한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느끼는 공감대가 있다. 21세기로 넘어 오면서 이른바 주류적 가치에 대한 시대적 반성이 생겨나고 있다. 진보사관과 발전성장주의에 따른 무한 경쟁으로 발생한 환경파괴와 생태계 문제는 인간을 더 이상한 행복의 나라로 이끌어 줄 수 없다는 자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9년 5월 8일에 미국 CNN이 발표한 유엔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욕심과 끝없는 소비가 자연을 파괴하고 100만 종에 가까운 다양한 생물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서류의 40%, 식물의 33%, 포유류의 3분의1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2000년 이후 매년 650만ha의 산림이 사라지는데 생산과 소비에서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생태계가 제공하는 혜택을 앞으로 30년 밖에 누리지 못할 것으로 경고한다. 세계 야생동물 동물기금(WWF)의 건터 미틀라처 정책국장의 말이다. “우리는 인간이 지구를 어떻게 바뀌게 했는지를 보여주는 최초의 세대입니다.”
그동안 이런 지구 생태계의 위기에 대해 경고한 예언자들이 적지 않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말한 슈마허, “오래된 미래”를 말한 헤레나 노르베리 호지, “불편한 진실”을 말한 엘 고어 등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고와 가치관에서 근본적인 변화(radical change)와 이에 따른 삶이다. 이러한 급진적인 변혁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이론은 ‘생태 영성’이라는 분야에서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삶의 터전인 대자연을 성스러운 존재로 본다면 거기서 예술, 문화, 종교에 영감을 불어넣는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런 삶의 변화는 혁명성을 요구한다. 그동안 인류가 시대를 새롭게 했던 혁명들, 농업혁명, 산업혁명, 디지털혁명, 에너지혁명 등과 같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철저하게 변화시키는 그러한 혁명성이다.
최근 들어 지붕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는 교회들이 늘어났다. 요약하면 ‘우리 교회 햇빛발전소’다. 태양광 전지판은 햇빛을 전기로 바꿔준다. 환경오염이 덜한 방식의 발전이다. 석탄화력 발전방식은 익히 알려져 있듯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다. 원자력 발전방식은 발전 이후 발생되는 위험 폐기물(핵쓰레기)이 골칫거리다. 그냥 쓰레기도 수십 수백 년간 분해되지 않아 처치 곤란인데, 원전폐기물은 처치 곤란 기간을 계산하는 단위 자체가 다르다. 수십만 년 혹은 수십억 년을 넘나든다.
교회는 이 세상 안에 존재한다. 물론 교회는 이 세상의 세속적 관심사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둔다. 그렇지만, 교회는 물리적 건물 안에서 모이기에 힘쓴다. 그런데 우리의 크고 작은 ‘교회당’은 기독교인들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방문하는 그냥 ‘장소’가 아니다. 지난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에 경험했듯, 물리적 건물이 꼭 있어야만 우리가 모일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물리적 건물로서 교회당은 영적 존재이자 육적 존재인 인간들이 총체적 감각 경험을 통해 인지할 수 있는 ‘예배공간’이며, 비기독교인들에게는 기독교를 대표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마 5:14~16)
이제 우리의 실천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우리 교회가 한 달에 납부하는 전기요금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한다. 다만 금액의 많고 적음을 조사하는 게 아니라, 전기사용량의 적절성을 엄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전력사용이나 낭비되는 전력기구가 발견되면 ‘에너지전환 컨설팅’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도록 한다. 컨설팅이 필요한 교회는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 문의하기 바란다. 둘째, 우리 교회가 사용한 전자기기들이 얼마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들인지 검토한다. 에너지 효율 높이기는 비단 가정에만 국한되는 활동이 아님을 명심한다. 셋째, 교회의 지붕과 벽면에 태양광 전지판을 붙여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집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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