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악법저지를 위한 10월 27일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를 반대하고 참여하지 않습니다. 제가 속한 교단(기독교한국침례회)는 총회 결의사항은 아니었지만 임원회에서 10월 27일 200만 연합예배에 함께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집회에 동의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합니다. 설령 총회 결의 사항이라 할지라도 제가 속한 교단의 개교회와 목회자는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속한 교단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반대의사를 표하는 것은 쉽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번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S목사의 지난 주 설교를 듣고 난 후입니다. 그 목사님께서 설교 시간에 이런 언급을 했더군요.
“10월 27일 집회에 반대하는 사람은 마귀, 사탄, 바퀴벌레요, 일제시대의 이완용이다. 행사가 끝나고 불참한 교회는 백서를 만들어 발표하겠다.”
저는 “악법저지를 위한 10월 27일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를 철저히 정치적 집회로 보고 있습니다. 100대 기도제목을 보니 매우 시대착오적인 내용도 많을 뿐 아니라, 종교개혁주일에 이런 대규모 집회를 통해 크리스텐덤(종교국가)을 만드는 것이 더 위험한 발상으로 보입니다. 제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믿는 자들에게 힘을 과시하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추고 낮은 곳으로, 약자들에게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 증거로 스스로 십자가에 죽으시고 무덤으로 내려가신 그분을 볼 때, 200만을 외치고 200억을 외치며 파워를 과시하려는 집회는 마치 타락한 중세시대를 연상케 합니다.
저는 이번 집회가 더 세상으로 나아가야할, 그래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 안으로 선교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집단이기주의의 전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참담합니다. 거대한 예배당과 대규모 집회에 취하여 결국 자기들만의 리그에 갇혀 버리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 자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바알이 무엇인지 구분 못하고, 세상의 힘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애쓰는 게 안쓰럽습니다.
어떤 이가 그러더군요. 돈도 있어야 하고, 힘도 있어야 하고, 교회도 수적 부흥이 있어야 제대로 목회를 할 수 있고, 교회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부분적으로 맞습니다. 돈도, 힘도 있어야 하고 수적 부흥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떻게"가 빠져 있습니다.
조샘 선교사님의 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한국 교회 내에 팽배한 두려움을 읽는다. 이 두려움이 이성으로부터 도피하게 만든다. 마치 히틀러 시대의 독일교회 같다고나 할까? 숫자의 감소, 가시적 교회 권력의 사라짐 가운데 근거 없는 두려움이 교회를 사로잡고 있다. 그 와중에 외부의 적을 상정함으로서, 내부에서 잃어버린 파워를 되찾으려는 협잡꾼들은 날뛰는데, 이제는 모든 교단이 놀아나는 모습이다. 인내와 소통이 아니라, 세를 형성해서 정치적 파워를 만들려는 교회의 모습은, 그리스도와는 너무나 먼 풍경이다."
지금은 인내와 소통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세를 형성해 정치적 파워를 만들 때가 아닙니다. 저는 이번 집회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아예 등을 돌리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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