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요즘의 날씨를 보고 있으면 분주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어디론까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많은 직장인들이 일년 중 손꼽아 기다린 휴가철 임에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현실이 한편으론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기약이 없는 코로나19와의 반갑지 않은 동행이 계속되는 한 누군가 몰래 어디로 떠나는 비밀 여행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속으로 주님과 떠나는 여행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여행이다.
“예수님과 여행을 시작합니다”는 인생이라고 하는 긴 여행을 떠나는 모든 신앙인들이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만나게 되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 속에서 든든한 동행자인 예수님과 함께하는 마음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유림은 글과 그림으로 자신을 만나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해 받은 은혜를 글로 기록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책을 펼쳐보면 낯익은 삽화들을 보며 친근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예전 주일학교 사역을 담당할 때 학생들의 주보에 몇 컷씩 작가의 그림을 사용하며 많은 감동과 위안을 받았던 생각이 떠올랐다. 날씨도 덥고 코로나19로 인해 맘 편한 여행을 가기 어려운 시기에 저자의 책으로 예수님과의 여행을 떠나기로 한 선택은 괜찮은 결정이었다. 책의 내용은 머리를 싸매며 한 글자 한 글자를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읽어야 할 전공서적은 아니다. 책 읽기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글자 분량은 적고 그림 분량이 절반인 아주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이 책의 가치를 평가한다면 그건 성급한 판단이 될 것이다. 책의 내용 중 한 챕터를 발췌하여 기록해본다. “둘만의 시간”이라는 제목이 달린 짧은 내용이다.“하나님과 나, 그렇게 둘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서로를 깊이 알아 가기 위한 시간 말이죠.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그 시간을 기꺼이 내어 주십니다. 그 만큼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이죠.”
아마 연애의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둘만의 시간”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실 것이다. 하지만 불편하고 어색한 사람과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큼 곤혹스러운 상황도 없을 것이다. 책의 내용이 마무리되며 뒤에 삽화 하나가 있는데, 거기에는 안락의자 2개가 있고 한 의자에는 예수님이, 다른 의자는 비어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둘만의 시간을 갖기 원하시는 주님을 우리는 항상 혼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왜 들어주지 않느냐는 투정만 부리는 아이 같은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작은 글귀이고 한 컷의 삽화였지만, 그 어떤 긴 시간의 훈계나 내용보다도 더욱 강렬하게 내 마음과 머리를 울리고 있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우리의 삶과 신앙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착각 속에 정작 본질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누구와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나고 있는지 동반자를 어디에 내팽개쳐 두고 있는지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책을 덮으며 현실로 돌아오니 무더위와 코로나19로 더욱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기약이 없는 여정, 불확실한 미래.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는 항상 옆자리를 비워 두시고 당신을 찾을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예수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붙잡고 훌쩍 떠나고 싶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