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호주와 파푸아 뉴기니에 서식하는 바우어새는 독특한 구애 행동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수컷 바우어새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 몇 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 공을 들인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웃에 사는 다른 새들과는 다른 독특한 행동을 하는데 바로 일반 새들이 따라올 수 없는 호화로운 둥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약 1m 높이의 둥지를 지어놓고 각종 열매, 꽃, 조약돌, 조개껍데기 등을 물어와 내부를 꾸미고 과일즙으로 외벽을 칠하기도 하며 장식물이 시들거나 낡으면 새로운 것으로 계속해서 바꿔주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바우어새는 숲속의 작은 정원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행태로만 보면, 이 수컷 바우어새는 아주 성실하고 능력까지 갖춘 로맨티스트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구애의 과정을 거쳐 신부 바우어새를 데려다 신방을 차리고, 깨를 볶아 이웃의 새들로부터 부러움과 시샘을 받으며 새끼를 낳고 잘 살기만 하면 좋았으련만, 이 바우어새 이야기에는 경악할만한 반전이 있습니다.
암컷을 유혹하려는 목적을 모두 달성한 뒤에 수컷은 돌연 폭군으로 돌변한다는 것이죠.
암컷을 부리로 쪼아대며 못살게 괴롭히고 새끼도 돌보지 않고는 또 눈을 돌려 새로운 짝을 찾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곤 조류학자들은 ‘가장 뻔뻔한 새’라고 별칭을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이 바우어새라는 종들이 갖는 독특한 DNA가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바우어새만 그런가요?
인간세계에도 그런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친구, 연인, 가족, 그리고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교회공동체 안에서의 관계, 나아가 하나님과의 관계도….
어떤 관계도 항상 처음 스파크가 일었던 순간처럼 뜨거움이 지속될 수만은 없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고,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듯이 말이지요.
특히 오래된 관계일수록 서로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당연함이, 때론 섭섭함이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소중함이 점점 무뎌지고 소홀해지면서, 최소한의 예의마저도 지키지 않게 되면 오랜 시간 맺어졌던 인연이 허무하게 끊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수컷 바우어새가 주는 교훈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지금 가족과의 관계는 괜찮으신가요? 평생 섬겨오신 교회공동체와의 관계는요?
잘못된 관계가 굳어져 습관이 되지 않도록 변화의 몸짓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더 굳어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아내나 남편, 자녀, 부모님, 그리고 교회공동체와의 관계를 돌이켜 회복하려는 마음가짐과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미션21이 창간 26주년을 맞으며, 그동안 맺어온 소중한 인연과 관계들을 되짚어보고 생각해봅니다.

미션21이 세상에 고고성을 울리며 창간호를 냈던 1999년 7월부터 26주년이 된 2025년 7월 현재까지를 되돌아보니, 그 당시 신문에 창간 축하의 격려사를 써주시고 창간 축하광고를 내주시며 문서선교에 대한 격려와 후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1세대 목회자님들이 모두 물러나시고 이제는 현장에 아무도 계시지 않습니다.
소위 2세대 목회자님들도 거의 은퇴하셨거나 은퇴를 눈앞에 앞두고 있음을 봅니다.
물론 필자 역시 은퇴를 몇 년 앞두고 있습니다.
오래된 관계에 대해 무뎌지고 권태가 찾아올 때, 지난 세월 받은 배려와 격려를 떠올려보면 참으로 잊고 지냈던 감사가 물밀 듯이 밀려옴을 느낍니다.
지난 26년 동안 어떤 고난과 역경이 쓰나미처럼 밀려와도 당당히 맞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관심과 사랑과 기도로 뒷받침 해주신 목사님들과 애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모든 관계와 역사를 이루게 해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 올려드립니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