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정치의 핵심인 당회의 개혁·여론 수렴 기능 복원할 새로운 대의제도 필요
한국 교계 내 존재하는 다양한 신학이 예수의 복음과 일치하는지 점검해 봐야
배제와 혐오로 가득 찬 바리새주의를 몰아내는 것이 예수의 하나님 나라 핵심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은 언제나 약자와 소수자, 타자와 낯선 자를 향해 열려있는 사랑과 환대

<지난호에 이어서>
마태복음 7장 18절,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 맺을 수 없다”를 대입한다면 처음부터 나쁜 품종의 나무가 심겨진 것이다. 현재 한국 기독교는 대량생산 소비를 위해 특정 품종만 키우다 전염병 앞에 멸종 위기에 놓인 바나나 산업과 비슷해 보인다. 이 나무를 베어 버리든지, 좋은 나무와 접붙여 개량하든지, 방법을 찾지 않으면 한국교회가 공멸할 처지이다. 극우라는 질병에 깊이 신음하는 한국교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과연 그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시선을 내부로 돌려보자. 극우라는 형태로 표출되기 이전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싱겁지만 결론부터 말하겠다. 이번 극우세력의 행태는 이미 교회 내부에 고스란히 동일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교회개혁 운동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김정태 목사는 극우세력의 특징을 여섯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극우는 민주주의를 최고의 정치체제로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위와 같은 이유로 법의 적용도 대단히 주관적이다.
셋째, 정치적 반대자나 내부 비판자에게 색깔론을 덧씌워 탄압한다.
넷째, 공권력과 개인 폭력을 불접적으로 동원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다섯째. 자신들만 옳다는 일종의 선민의식을 지니고 있다.
여섯째, 다수 여론을 무시하고 필요하면 유리하게 여론 조작도 한다.
김정태 목사는 발제에서 교회 내부 문제와 극우 문제와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첫째, 한국교회도 민주주의를 최선의 제도로 여기지 않는다
둘째, 교단법 적용도 매우 주관적이다.
셋째, 교회는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을 색깔론으로 내쫓는 데 익숙하다.
넷째, 교회 내 갈등 수습 과정에서 폭력이 자주 동원되었다.
다섯째, 교회는 극우세력 선민의식의 본산이다.
여섯째, 이런 선민의식은 타인 경시와 여론 무시로 나타난다.
발제자는 교회개혁을 통한 극우 신앙의 극복방법으로 ‘영(靈)민주주의’가 절실하다는 점, 시민사회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 겸손히 시민사회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점, 신앙과 신학을 점검하여 변혁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를 위해 교회정치의 핵심인 당회의 개혁 필요성, 여론수렵 기능을 복원할 새로운 대의제도 필요, 무속적 신앙 및 기복적 신앙과 철저히 절연해야 하며 교회 지도자들이 신앙의 본질을 삶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 한국 교계 내 다양한 신학이 예수의 복음과 일치하는 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지금 한국교회 안에는 예수님 당시 존재했던 다양한 유대 종파들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한 발제자는 “서부지법 폭동에 관련된 교회는 열심당(젤롯당)이 꿈꾸던 하나님나라를 추구하는 셈이고 요인 암살을 운운하는 이들은 시카리파의 후예들 같고, 신앙을 이용해 부와 권력을 장악하려는 이들은 사두개파의 후예로 보이며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위기 속에서도 침묵하는 교회는 은둔형 에세내파와 닮아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바리새주의의 핵심은 세리와 죄인에 대한 경멸과 배제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와 대척점에 선 예수의 하나님나라 본질은 무엇인가? 당연히 세리, 죄인에 대한 은총의 우선성이다. 그들을 죄인인 모습 그대로 사랑하셔서 사회 안에 들어오게 하시고, 그들이 정착하도록 십자가 피로 씻어 깨끗케 하시고, 그들의 영구 정착을 위해 배제와 혐오로 가득 찬 바리새주의를 몰아내는 것이 예수의 하나님나라이다.
살펴보면 지금 한국사회 자체가 바리새적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상층부는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면서 자기보다 못하다 여겨지는 타인을 낮춰보는 태도를 취한다. 법조인, 의료인, 각종 고시를 통과한 고위 공직자들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에서 이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성취가 국민의 협력이나 사회적 구조 덕분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이런 사회가 된 책임 한복판에 한국교회가 서 있다. 교회는 교회성장을 위해 사람들을 더 부유하게, 더 경쟁력 있게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그 사이 사회적 약자들은 무너져 내렸고, 교회는 이를 공동체 전체의 영적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다. 극우 신앙은 이 틈을 타 바리새적 특성을 극대화시켰다. 극우 개신교 신앙에서 보이는 혐오와 배제의 언어와 행태는 필시 바리새적이다. 반공, 반좌파, 반동성애, 반이슬람, 반난민, 반페미니즘 등 여러 현안에서 한국교회는 바리새적 태도를 견지해왔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언제나 약자와 소수자, 타자와 낯선 자를 향해 열려있는 사랑과 환대와 복음이었다.
교회가 이런 복음적 언어로 스스로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극우적 혐오의 언어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한국교회는 신학적 왜곡과 신앙적 타락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뿌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발제자는 끝으로 ‘예수님만 드러나는 선교’라는 타이틀의 대안을 제시했다.
‘개독교’라 불릴 만큼 신뢰를 잃은 지 오래인 교회가 어떤 일을 해도 사회는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분명한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미국 감리교 인도 선교사 스탠리 존수는 이런 점에서 오늘의 교회를 위한 출구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인도 선교 현장에서 ‘기독교’와 ‘교회’를 언급할 때마다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나 ‘예수’에 관해 말했을 때는 누구도 싫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브라만 출신 인도인이 동료 선교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바라는 인도의 길을 걷고 있는 예수는 사도의 옷차림을 하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길거리에서 조용히 앉아 눈먼 사람을 고쳐주고, 가난으로 병든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길거리 한 모퉁이에 쓰러져 있는 문둥병자에게 하나님의 나라가 당신과 같은 버림받은 사람을 위해 밝아오고 있다고 위로하며, 상처받은 영혼과 죽어가는 이웃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언덕 위로 올라가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다시 일어나 힘차게 인도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나는 그런 예수를 사랑할 수 있으며, 그를 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바로 이지점이 오늘 한국교회의 출구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예수님의 복음을 담기에는 너무 부족하거나 부적절한 그릇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애써야 할 일은 기독교라는 형식이나 교회라는 틀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삶과 말씀 그 자체를 붙잡고 살아가고 전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는 개인적 경험이 있다. 탄핵 정국 한복판이던 2025년 2월 15일, 광화문 동십자각에 마련된 비상행동 시민발언대에서 필자가 발언한 일이 있었다. 그 영상이 한 시민에 의해 온라인 카페에 올라갔고, 그 아래 다음과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종교는 없지만 나는 종교인이 자신의 종교에 기대어 진리를 펼칠 때 그 장면이 너무 멋있고 좋아, 믿음이란 대체 뭘까? 무엇이길래 사람을 움직이게 할까?”
“우와, 나 항상 한국교회 비판 댓글 남기는 사람인데...응원합니다. 난 정말로 예수가 낮은 자를 위해 오신 분이고 사랑이라고 생각해.”
“교회 너무 싫어하는데 저 목사의 말은 위로가 된다 ㅠ.”
“저는 이 광장에서 인간을 사랑하려다 권력에 의해 십자가에 못박힌 나의 예수님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난 교인은 아니지만 이 말에 울림이 있어….”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