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보면 가끔 “축 아무개씨 자녀 00회 사법고시 합격”이라는 플래카드를 볼 수가 있습니다. 경사스러운 일이라서 주위에 있는 지인들이 축하해주려고 걸어준 플래카드입니다.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여 집니다. 당사자도 영광스럽겠지만 부모님들도 못지않게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수고와 고생들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으니 자녀를 성공 시켰다는 마음에 부모님들의 마음이 얼마나 자랑스러울지는 축하 플랙카드가 변색이 될 때까지 떼지 않고 걸어 놓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린 자녀가 불치의 병으로 병원에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 그래서 그 자녀의 평생 동안 병간호를 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이런 부모님의 마음은 얼마나 쓰리고 아플까요? 때때로 자녀의 고통을 당신이 담당할 수만 있다면, 아니면 그 고통을 나눠 가질 수 만 있다면… 하는 바램이 얼마나 간절할까 싶습니다. 사람들 사이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느다란 끈으로, 어떤 사람들은 굵고 질긴 끈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연결을 ‘정’이나 ‘인연’이라고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인연이란 사람과 사람 혹은 사물들 사이에 서로 맺어지는 관계를 말합니다. 부모와 자녀의 인연은 아주 굵고 질기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 가끔 만나는 친구는 약하고 가는 끈으로 연결 된 인연일 것입니다. 이렇게 연결된 끈은 아주 예민하고 정확하여서 서로의 기쁨과 슬픔도 전달해주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아주 가는 끈으로 연결된 사람들 사이에서는 기쁨이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기쁜 일이 있을 때에도 겉으로야 축하를 해 주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잘 돼도 그만 못 돼도 그만인 사람이 그런 사람일 것입니다. 반면에 자녀의 기쁨은 강도가 하나도 약화되지 않고 부모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증폭되어서 전달되기도 합니다. 자녀의 기쁨을 보면서 부모님들은 살아갈 의욕을 갖기도 하고 힘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인연 때문에 때때로 부모님들은 고통을 당합니다. 못된 자녀나 못난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그 자녀로 인하여 너무나 큰 아픔을 당합니다. 자녀의 못된 행동으로 인하여 부모가 당하는 고통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또한 당하는 고통을 부끄러워서 남에게 말 할 수도 없습니다. 자녀가 저지른 잘못이지만 부모이기 때문에 자기의 잘못인양 감당해야 될 때도 많이 있습니다. 부모가 아무리 덕을 많이 세워놓았어도 그것을 자녀가 허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열심히 살아 왔고 부지런히 쌓아 놓은 덕을 자녀가 순식간에 허물 때 부모는 너무나 심한 허탈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럴 때에도 부모는 자신이 받은 상처도 스스로 치유해야 되지만 못난 자녀를 타인으로부터 감싸고 보호도 해 줘야 합니다. 이런 일들이 굵고 질긴 끈으로 연결되어서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입니다. 성경에는 아주 엄한 계명 하나가 있습니다. “무릇 그 아비나 어미를 저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 그가 그 아비나 어미를 저주 하였은 즉 그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레20:9)”는 계명입니다. 어찌 보면 너무 심한 계명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자녀로 인한 부모의 고통을 하나님은 아시기에 이런 계명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을 때 우리와 하나님과는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이 맺어집니다. 또한 이 땅의 어떤 것으로도 끊을 수 없는 굵고 질긴 끈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는 우리의 기쁨이 바로 하나님의 기쁨이 되실 것이고 또한 우리의 슬픔도 하나님의 슬픔이 되실 것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못난 자녀로, 또는 못된 자녀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시게 할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죄와 허물을 감싸주시기는 하겠지만 그 마음은 얼마나 아프실 지 헤아려 봅니다. 너무나도 질긴 하나님과 우리와의 인연 까닭에 하나님은 우리 때문에 기쁘시기도, 슬프시기도 하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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