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니 올해 첫눈이 내렸다. 노오란 단풍잎이 가장 짙게 물들 때가 바로 이 때다. 하지만 바람은 잔인하게 가장 아름다운 때를 칼날처럼 내리쳤다. 그러자 잎은 땅위로 우수수 떨어져 뒹군다. 창조질서의 엄정함을 본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무시하거나 돌아보지 않을 때 어른들은 흔히 후레자식이라는 말씀을 했다. 밥상머리에서도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숟가락을 들기 전에 먼저 집어 먹었다가는 버릇없다고 불호령이 내렸다. 지금은 교육방식이 진부하다고들 말하지만, 그렇게 배운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선생님께 인사할 줄 알았고,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사회라는 곳에서도 위아래 살필 줄 알았다. 그때는 지금보다는 더 살맛나는 세상이었다. 배운다는 것의 가장 중심에는 사람의 도리를 배운다는 것이 들어있다. 이 말은 아무리 많은 지식이 있어도 사람이 안 되면 그 공부는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지으셨다(‘하늘과 모든 하늘의 하늘과 땅과 그 위의 만물은 본래 네 하나님 여호와께 속한 것이로되’, 신명기 10:14). 그 만물 중에서도 인간은 하나님께서 직접 공을 들여 창조하신 피조물이다. 그리고 피조물 가운데 으뜸의 지위를 주셔서 만물의 영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존재가 되었다. 모든 피조물 가운데 으뜸으로 창조된 그 인간이 존재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영광을 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도리다.
하나님을 몰랐던 조상들이 사직단을 만들어 거기서 하늘의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일은 모든 나라들에서 발견된다. 하늘의 신께 대한 제사는 성대했고 가장 엄숙하게 치러졌다. 왕들은 신께 제사를 지내면서 나라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했다. 신만이 나라의 평안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성경은 그 신이 ‘하나님 이라는 신’이시고, 실제 살아계시고 영원히 존재하시며, 만물을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분이심을 밝혔다(‘집마다 지은 이가 있으니 만물을 지으신 이는 하나님이시라’, 히브리서 3:4).
그 하나님 신께서 여전히 인간을 사랑하시고 온 세상에 필요한 것은 변함없이 내려주고 계신다. 사람의 생명도 이 하나님 신이 결정하신다(‘또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니 이는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친히 주시는 이심이라’, 사도행전 17:25). 내 맘대로 숨 쉬고 산다고 인생이 내 것이 아니다. 생명은 하나님 것이다. 하나님께서 숨을 거둬 가시면 그 순간 인간은 끝난다. 그래서 그 하나님 신을 잘 섬기면, 복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 하나님을 잊고 사는 지금의 인간들에게 추수감사절과 같은 예배는, 하나님 신에 대한 감사를 회복하고, 신에 대한 ‘인간의 도리’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가을과 겨울의 교차 지점에 추수감사절이 있다. 하나님 앞에서 한 해의 결산을 하면서 그동안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때가 바로 이때다. 하나님께 대한 감사! 그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도리이자 특권이다. 왜냐하면 짐승에게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도 짐승에게는 감사를 요구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은 ‘나는 하나님께 사람의 도리를 하는 존재입니다’라는 신앙고백이다.
‘추수감사절’에는 ‘장막절’, ‘수장절’등 더 다른 이름이 있다. 그 중에 ‘장막절’은 한 해 농사하여 알곡은 거두어 장막에 들이고 쭉정이는 모아 불에 태우는 농사의 마지막 부분을 반영한 이름이다. 일생동안 농사를 지어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알곡인지 쭉정이인지 판단받고 알곡 성도는 하늘 ‘장막(새 예루살렘 성,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지만,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던져지는 심판의 원리를 가장 잘 설명하는 때가 추수감사주일 예배 때다.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서야 할 운명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남은 생애 온 힘을 기울여 알곡이 될 것을 염원하고 장막에 들어갈 점검을 하게 하는 때가, 안식의 겨울을 앞둔 인간에게 주신 추수감사절이다. 겨울이 왔고 농사로 말하면 안식의 때가 되었다. 하늘에서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지금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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