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인 저는 목회를 그만 두기까지 평생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설교든 칼럼이든 편지든 글을 통해 상대에게 복음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감동시켜야합니다. 이를 위해 목회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언어구사력이 뛰어난 사람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상대를 제압하며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빽빽한 논리력과 정확성으로 상대의 주장을 논박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합니다. 특히 논리적인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절대 토론이나 대화에서 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저도 논리력을 가지고 나름 제 주장을 관철시키거나 상대를 무력화하는 방법으로 토론에 임한 적이 많습니다. 그것이 주는 통쾌함이 있고, 상대를 무너뜨림으로서 갖는 심리적 보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토론의 승자는 없다고 합니다. 특히 논리성이나 표현력에 있어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평을 받는 이들이 토론에서 이기기 위한 논쟁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자조적으로 토로할 때가 있습니다. 의미 없다기보다 상대를 설득하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상대를 자극하거나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는 처음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나보다 더 논리적으로 말하거나 주장하면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고 받아들이는 것이 신사적인 태도이지, 반대로 더 안좋은 감정을 갖거나 분노한다면 상대의 인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적어도 수십 년간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만들어 온 사람에게 몇 시간의 토론이나 논쟁으로 그를 설득할 수 없고 심지어 제 편을 만들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함입니다. 우리의 인식이 전향적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은 마치 천지개벽과 같이 인생의 절대적인 변화를 추구할 때입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생각보다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약간의 수정만 있을 뿐 대부분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강화하는 인생을 살 뿐입니다.
정치적 색깔이 강하고 글쓰기에 능했던 60대 작가가 자신의 과거 글쓰기와 말하기를 회고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는 만약 자신이 좀더 지혜로웠다면 젊은 시절에 더 현명하게 행동했을 것이라는 세 가지 글쓰기 원칙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그의 말에 공감했습니다.
첫째 지금 쓰는 글이 옳은가 즉 정의의 편에서 글을 쓰는가, 둘째 그 글이 꼭 지금 써야 하는 글인가 즉 시의적절한가, 마지막으로 지금 글을 친절하게 쓰고 있는가 즉 글의 어투와 문장에 상대에 대한 예의가 있는가 였습니다.
아무리 옳고 시의적절한 글이라 해도 상대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는 친절함이 없다면 상대가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며 무엇보다 나의 태도가 대화와 소통을 지속시키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의 말을 듣고 저의 글쓰기가 어떠한 지 다시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곳곳에 날선 문장과 단어들이 보입니다. 저의 칼에 베이고 창에 찔렸을 상대가 보입니다. 촌철살인이라는 말에 매여 자극적인 말을 쏟아냈던 제 글쓰기가 보였습니다.
좀더 따뜻한 글쓰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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