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발자국은 탄소발생량을 측정, 수치화 해, 무게 혹은 크기로 환산하여 표시한 것을 말한다. 2023년 현재 까만 탄소발자국이 초록색 지구를 거의 다 뒤덮었다. 까무잡잡한 탄소발자국은 인간이 소비활동을 할 때마다 생겨나, 옆으로 퍼져나가며 몸집을 불린다. 탄소발자국은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여러 요인들의 총합을 우리가 실감할 수 있도록, 우리 눈앞에 보여준다.
탄소발자국이 커지는 건 온실가스가 두꺼워지고,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 적합한 기후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야 할 지구생태계가 교란된다. 장마의 시간과 방법이 낯설어지고, 바람과 물은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인간의 마을들을 덮칠 것이다. 이 와중에 인간보다 예민한 동식물들이 제 서식지를 잃고 이별 인사도 없이 빠르게 사라진다. 그러니 우리가 기후위기를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탄소발자국을 기억하고 꼼꼼히 따지며 살자.
지구를 집어삼키는 탄소발자국을 우리의 노력으로 줄여갈 수 있다. 탄소발자국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그 크기와 무게를 늘어나게 할 수도 있고 줄어들게 할 수도 있다. 나 하나쯤이야 고작 ‘80억분의 1’이니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나 하나의 편리를 위해 누가 있든 없든 전깃불 밝히고, 집에 나 혼자 있는 게 적막하단 이유로 굳이 시청하지도 않는 TV를 켜놓고, 약속장소에 가기 위해 자동차를 혼자 타고 다니는 일을 지금처럼 계속하면 탄소발자국은 계속 커질 것이다. 결코 줄어 들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사도 바울의 권면을 기억해 각각 자기 일을 돌볼 뿐 아니라 또한 각각 다른 생명체들의 생활을 돌보아야 할 것이다.(빌 2:4) 아닌 게 아니라, 나 하나쯤이야 생각하고 탄소발자국을 큼직큼직하게 찍으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나 하나’가 아니고 무려 ‘80억명 모두’라면, 이 지구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이번 주일엔 자동차 없이 하나님께 예배드리러 가자. 우리 집에서부터 교회까지,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깝다면 한 번 걸어가 보자. 발목, 무릎, 다리, 허리, 팔을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걷기 활동은 전신운동이자 유산소운동이다. 한방과 양방을 막론하고 여러 의사들과 과학자들이 강조하듯 걷기는 신체 건강에도, 정신건강에도 좋다.
최근에는 걷기에 쓰레기 줍기를 첨가한 이벤트 방식으로 걷기대회를 개최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요컨대 ‘플로깅대회’다. 플로깅은 스웨덴어 ‘플로카 웁’(Plocha upp)과 영어 ‘조깅’(jogging)을 붙여서 만든 신조어로,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환경활동을 통칭한다.
이 같은 플로깅을 우리 기독교인들이 교회 단위로 활발히 실행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그 플로깅에 ‘선한 사마리아인 걷기’라는 의미가 추가될 수 있을 것 같다. 강도 만나 다 죽게 된 사람을 최선을 다해 도운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쌓여가는 쓰레기 때문에 죽어가거나 신음하는 지구생태계를 돕는 사람이 곧 선한 사마리아인일 테니. 예수께서는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들려주신 후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눅 10:37)고 명령하셨다. 환경에 대한 오염과 훼손이 극에 달한 시대에 우리는 강도를 만나 다 죽게 된 사람에게 하듯, 쓰레기에 뒤덮여 다 죽게 된 지구생태계에 대하여 선한 사마리아인 같이 행동해야 한다.
이제 우리 교회가 어떻게 플로깅을 실행할지 구체적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해 보자. 또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을 품고 ‘쓰레기가 지구에 주는 부담’에 대해 교회 안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개최해 보자. 어린이부터 노년까지 교회 온 세대가 두루 모이는 열린 대화모임이면 더욱 좋다. 세대 간 장벽 허물기에 이보다 더 좋은 주제는 아마 없을 것이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