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11:28)
주일 예배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이 말씀을 선포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쉽지 않고, 주님의 말씀대로 살아갈 때 겪는 어려움을 알기에 적어도 교회에 와서 예배드릴 때 만큼은 평안을 얻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겠습니다. 교회 화장실 상태가 심각하다는 전화 한 통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상가 교회에서 사역하시는 분들은 종종 겪는 일인데, 어떤 분이 화장실이 매우 급하셨는지 변기에 앉기도 전에 인간의 배설물을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신 것입니다.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들어가 보니 가관이었습니다. 급하게 뒷처리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당사자도 엄청 당황했겠다 싶습니다. 끔찍한 경험이었겠지요.
제가 사역하는 교회가 위치한 상가건물은 주변에 상시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교회 3층까지 올라와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고, 2층 화장실은 교회 내에 있어 교회성도가 아니면 이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3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일반 아파트 5층에 맞먹는 길이입니다. 그래서 가끔 매우 급한 분들은 계단 중간에 실례를 하기도 합니다. 한동안 그런 일이 없었는데….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며 완전무장하고 화장실에 갔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배설물을 치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헛구역질이 나는 걸 참을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우웩우웩하면서 화장실 전체를 함께 청소했습니다. 땀이 비 오듯 했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마무리를 하고 샤워를 한 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배설물도 토악질이 나올 만큼 치우거나 깨끗하게 하기 쉽지 않은데, 감정의 배설물을 뒤집어쓰고 살아가는 성도들의 삶은 얼마나 팍팍할까 하는 생각입니다. 갑을의 관계에서 감정의 오물을 뒤집어쓰는 성도들은 어떻게 그 하루를 버틸까? 토악질 나는 순간을 어떻게 참아낼까? 너무 썩은 내 나는 감정의 배설물들을 어떻게 치우며 살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사인 저도 수많은 감정적 어려움을 당합니다. 말도 안되는 일을 당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성도들이 당하는 일상에서의 감정적 상처는 오물이나 배설물에 가깝습니다. 세상은 결코 성도들의 형편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은 그 오물을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뒤집어 쓴 채 잠이 들고 다시 사회로 나가기도 합니다. 매일매일이 팍팍한 삶이기도 합니다.
그런 성도들이 교회에 옵니다.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주님에 의지하여 감정을 회복하고 감정의 오물들을 씻어내며 새로운 마음으로 나아가고자 예배에 참여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다시 사역이라는 이름으로 내 감정을 배설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하지만 성도들에게 강단의 발화권력으로 또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받고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를,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대화하며 원망도 하고 투정도 부리다가 결국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을 깨닫기를 바라며 설교를 준비하고 설교합니다.
작은 교회지만 성도들이 이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