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호지음/두란노펴냄

새해가 시작하고 한 달의 시간이 흘러갔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23년도이지만 매서운 추위와 팍팍한 살림살이로 인해 오늘도 근심과 걱정 가운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한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얼마 있으면 찾아올 봄을 기다리며 고난을 이겨내는 굳건한 마음이 필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시작부터 힘 빠지는 상황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 소개하는 책을 통해 힘을 얻고 힘차게 일어서는 일상이 되면 좋겠다.
‘천종호 판사의 하나님 나라와 공동선’은 책 제목에 있는 것처럼 현직 판사로 일하고 있는 천종호가 저자이다. 그의 이력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어릴 때부터 꿈이 판사였다. 극빈의 경험은 ‘세상은 기울어진 저울’이라는 진실에 일찌감치 눈뜨게 해 주었고, 기울어진 저울추를 조금이나마 평편하게 만들고자 법관의 길을 택했다. 저울추에 그려진 십자가처럼, 법의 잣대는 엄정하게 적용하되 법관이 사회적 약자에게 따듯한 시선을 지닐 때 세상이 좀 더 정의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 마음으로 2012년 2월, 소년부 판사가 된 이후 열악한 비행소년들의 처지에 눈감을 수 없어 이들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으며, 그 덕에 ‘소년범들의 대부’라는 과분한 호칭을 얻기도 했다. 자나 깨나 늘 소년들 생각뿐이라는 뜻에서 ‘만사소년’, 법정에서 호통을 잘 친다고 하여 ‘호통판사’로도 불리지만, 소년들이 ‘아빠’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다가올 때가 제일 좋다. 2018년 정기 인사로 부서를 옮기면서 소년재판과는 거리를 두게 되었지만, 보다 멀리뛰기 위한 숨 고르기 시간으로 여기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2019년부터 조금씩 공론화 되고 있는 공동선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판사로써 현장에서 느낀 고민과 신앙인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을 정리하고 있는 내용이 바로 오늘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인간은 공동체적인 존재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흔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라는 담론을 기반으로 두 개의 공동체 즉 하나는 교회로 대표되는 공동체와 다른 하나는 국가로 대표되는 공동체 사이를 매일 오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정체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현대는 상대주의, 이기주의, 개인주의, 소비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신자유주의로 인한 양극화가 심화되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나 사회가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이러한 관심이 신학적 접근으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공공신학’이다. 저자는 법을 전공한 입장에서 신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신학적 자료와 연구를 접목하여 6개의 꼭지로 공적 광장에 선 기독교인의 소명을 발견하고 있다. 다소 내용이 무겁고 어려울 수 있지만,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결코 쉽게 풀릴 수 없는 일들이기에 해결책 또한 정신을 집중하고 현실에서는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참고 저자의 안내를 따라간다면 마지막에는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정의와 공동선이라는 주제는 한편으로는 추상적이며 구체적인 현장의 실천도 함께 수반해야 하는 일이기에 결과적으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내용인지도 모른다.
악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다보면 그것에 대한 답이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선의 부재’라고 이야기 한다. 오늘도 사람들은 갖고 있지 못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조금 더 갖기 위해 건강과 행복까지도 저당 잡히며 인생을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최고의 선인 하나님을 잊고 사는 것에는 무감각해 진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하나님이 없는 삶. 바로 그것이 악으로 뒤덮인 삶인 것이다. 공동의 선을 이루는 시작은 바로 각자가 처해 있는 하나님 부재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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