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늘 새로운 길로 이어진다. 누가 언제 어떻게 그곳을 걸었는가에 따라서 단순한 물리적인 공간의 길이 아닌 깊은 삶의 의미가 담겨 있는 길로 거듭 나기도 한다. 그래서 길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희망과 기대, 땀과 열정, 성취와 보람이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늘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서 개인과 집단, 사회의 역사가 시작되고 만들어진다.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마야 안젤루는 “더 잘 알아야 더 잘하게 된다.”고 했다. 알아야 보이고 알아야 사랑할 수도 있다. 알지 못하면 제아무리 좋은 사람이나 사상, 물건이 눈앞에 있어도 나와는 상관없는 그저 단순한 객체일 뿐이다. 그래서 알아야 한다. 길도 마찬가지다. 그 길과 관련된 사실들을 알고서 걷게 되면 그 길은 훨씬 더 풍요로운 이야깃거리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길을 찾고 그 길을 걷는 이유이다. 사람이 사회적 존재라면 길을 통해서 숱한 만남과 관계가 열리고 더 큰 만남과 관계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대개 유명한 길은 풍광이 좋고 주변에 볼거리가 많은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줄을 잇는다. 제주 올레길이나 여수 금오도의 비렁길, 해남 땅끝의 달마고도 등도 이미 많은 사랑과 관심 속에 명소가 된지 오래다. 이런 길도 한 사람의 생각이 만들어 낸 걸작품이다. 길을 찾아 의미 부여를 하며 이렇게 새로운 길을 연 것도 하나의 창의적인 발견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안목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고장 빛고을에도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아 명명되는 많은 길들이 있다. 무등산을 한 바퀴 도는 무돌길, 광주 외곽을 도는 산들길, 무등산 자락의 무등산옛길, 의병길, 전남대 민주길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다가 우리 첨단에 의미 있는 길이 하나 열리고 있다. ‘과학자의 길’로 명명되며 GIST에서 쌍암호수공원, 광주과학고, 국립광주과학관, 첨단과학산업단지를 거쳐 영산강을 따라 마련된 시민의 숲에 이르는 왕복 7Km의 구간이다. 이곳을 걷다 보면 과학과 관련된 유관 기업, 기관 등이 이렇게 많이 집적화되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광주에 살면서 차분히 관심 있게 살펴보기 전에는 그냥 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스쳐 지나가는 곳일 뿐이다.

GIST의 제안대로 대학연구시설과 산업연구단지, 앞으로 조성될 100만평 규모의 인공지능 산업단지 등 다양한 과학 관련 시설과 기관들이 있는 이곳에 ‘과학자의 길’이 조성되어 우리 시민들은 물론이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과학의 꿈을 키우고 과학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참으로 의미 있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적 공간으로 거듭나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길도 역시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걸으며 사람이 완성시킨다. 단순한 공간 개념을 넘어 과학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기회를 통해 과학의 꿈이 심어지고 싹이 틀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될 수 있다면 이런 길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을 키우는 길이다. 길이 또 하나의 새로운 길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던가. 첫걸음을 시작한 ‘과학자의 길’이 행정의 표면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우리 시민들의 뜨거운 발걸음으로 이어져서 풍요로운 광주의 미래를 열고 가꾸는 길로 아름답게 완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홍식
문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제14대 광주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
한국중등교장협의회 광주광역시회장
광주국·공립중등교장연수회장
광주광역시교육청 체육복지건강과장
(재)빛고을결식학생 후원재단 사무국장
(사)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공동의장(현)
광주시 중·고 교사, 교감, 교장, 장학관, 교육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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