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은 하루 이틀에 갑자기 형성되지 않는다. 마음먹고 벼락치기로 며칠간 노력한다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사소함의 꾸준함이 위대함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시간을 두고 상당 기간 이어지며 체화될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미 구부러진 나무를 바로 잡기 힘든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굳어진 나쁜 습관은 바로잡기가 몹시 어렵다. 그래서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스스로 나쁜 줄 알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그때 뿐이고 곧바로 용수철처럼 원점으로 회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실력 있는 사람이라고 할 때 지적 능력만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인성도 중요한 실력으로 인정하고 평가하는 세상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물의를 일으켜 지탄받는 경우가 있다. 그 위치에서 꼭 그래야만 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씁쓸하고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모두 잘못 형성된 인성 때문이다. 좋은 인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가 이웃과 사회, 국가, 나아가 세계 인류를 위해서도 가슴 따뜻하고 선한 영향력을 넘치게 발휘할 수 있는 법이다.
이렇게 볼 때 좋은 습관은 좋은 인성의 기초이다. 물론 좋은 습관을 갖추는 일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기초·기본을 무시하며 자기 편한 대로 살다 보면 본인은 좋을지 몰라도 남에게 크고 작은 불편과 피해를 주기 십상이다. 남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생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자신과 이웃을 위해 귀찮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할 수 있는 자세를 키워주는 것도 꼭 필요한 학교교육의 몫이다.
인간의 성장이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신장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진정한 교육의 혁신은 아이들에게서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나타났을 때가 아닐까? 교육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과감한 제도 개선을 시도하는 것도 결국은 아이들의 올바른 변화를 이끌기 위한 과정이고 방편이지 그 자체가 혁신의 목표는 아니다. 보여주기식의 혁신으로는 아이들의 진정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렇다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민주시민교육은 좋은 인성이 그 밑바탕에 탄탄하게 갖추어지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이는 어려서부터 꾸준히 가꾸고 키워가도록 하는 의도적인 훈련이고 교육이다. 따라서 어른들의 방임과 무관심은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책임이 뒤따르는 진정한 자율과도 엄연히 다르다. 한번 길들인 나쁜 습관을 평생 떨쳐버리지 못하고 미숙한 어른을 양산하는 교육이 될 뿐이다. 생각하면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생활교육이 중요하다. 물론 생활교육이라고 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지나치게 간섭하고 제재하다 보면 관계를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학생회를 중심으로 자치 역량을 발휘하도록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문제는 크면 알아서 다 잘할 수 있으니 그냥 놔두고 지켜보라는 식의 막연하고 통 큰(?) 어른들이다. 이는 듣기 좋은 말로 자율을 빙자해서 그저 모른 체, 못 본 체하며 교육을 외면하고 방임하는 일이다. 아무리 기름진 문전옥답이라도 제대로 가꾸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한 쓸모없는 땅으로 전락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란다. 어른들의 세심한 관심과 보살핌, 사려 깊은 안내와 지도를 통해 변화하며 성장해 간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교육자들의 깊은 성찰과 함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다가서며 실천해야 할 교육의 몫이고 책무이다. 종교계의 많은 분들이 인성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다각도로 애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좋은 습관이 좋은 인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울수록 튼실한 기초·기본교육에 주목할 때다.
김홍식
문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제14대 광주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
한국중등교장협의회 광주광역시회장
광주국·공립중등교장연수회장
광주광역시교육청 체육복지건강과장
(재)빛고을결식학생 후원재단 사무국장
(사)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공동의장(현)
광주시 중·고 교사, 교감, 교장, 장학관, 교육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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