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2일,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는 선언·토론 중심의 관행을 벗어난 ‘극장형 출범식’이 광주정신을 생활의 언어로 번역해 보였다. ‘새로운광주포럼 출범식’은 퍼포먼스·연극·토크·선언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 “광주정신은 기념의 문장이 아니라 오늘을 바꾸는 동사”라는 메시지를 품격 있게 증명했다.
행사는 국민의례와 개회사 후 곧장 퍼포먼스 <광주의 시간>으로 관객을 몰입시켰다.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 광주 1만인 운동을 신체언어로 재구성해 도시의 기억을 현재로 소환했고, 뒤이은 연극 〈어쩌라고?〉는 취업·주거·결혼 등 청년 현실의 질문을 날 것으로 던졌다. 배우 손병호의 진행으로 이어진 토크콘서트에는 행정·소상공·문화예술·대학생이 한자리에 앉아 정책·현장·세대의 언어를 교차했고, 마지막으로 시민예술인 142명의 대합창 속 ‘새로운광주’ 선언문 낭독이 공동의 결의를 완성했다.
이번 출범식의 미덕은 정치와 예술의 상호 존중이었다. 공연이 ‘식전 볼거리’로 소모되지 않았고, 예술이 정치의 선전 도구로 전락하지도 않았다. 퍼포먼스가 역사 감수성을 환기하고, 연극이 현재의 고통을 증언하는 흐름은 정서→사실→대안이라는 설득의 정석을 충실히 따랐다.
이번 출범식은 발언권의 재디자인이라는 성과도 남겼다. 몇몇 연설자의 독점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퍼포먼스)·세대의 체감(연극)·생활의 해법(토크)·집합의 의지(선언)가 차례로 발언했다.
무대를 떠난 메시지가 일상을 바꿀 때, 출범식의 문장은 구호가 아니라 변화의 설계도가 된다. 골목 상점의 매출 회복, 신혼부부의 보금자리, 청년 예술가의 일감, 도서관과 소극장, 교회·성당·사찰의 문화마당까지 그곳에서 광주정신이 오늘의 삶이 될 때 광주는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시’로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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