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내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 성분이 셀리악(celiac)병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최근 국내에서도 이를 과도하게 홍보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글루텐이 함유되지 않은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품이 일반인에게 일종의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분위기이다. 실제로 밀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사회에서는 ‘글루텐이 없는(gluten-free)’ 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선진국의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품들의 열풍에 따라, 국내에서도 건강과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글루텐 프리 식품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글루텐 프리 계열의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국내회사에서는 <글루텐 유해성> 이라는 내용으로 글루텐이 몸에 해로운 독성물질인 것처럼 과장하며 노이즈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글루텐과 관련된 셀리악 질병 자체가 동아시아에서는 희귀한 유전적 질환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글루텐이 주로 들어 있는 밀로 만든 빵, 면 등의 음식을 먹고 별다른 소화 장애가 없었다면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 글루텐 프리 식품은 셀리악병 등의 글루텐 소화불능 환자를 위한 필수 식품이기 때문에, 글루텐에 민감한 환자들에게는 분명히 글루텐 프리 식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셀리악 병이나 글루텐 과민증 등과 같은 증상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까지, 건강을 이유로 글루텐 프리 식품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단순한 상술에 불과할 수 있다.
글루텐 프리 식품을 ‘건강식품’이나 ‘다이어트 식품’으로 포장은 했지만, 이들 중 어떤 제품들은 글루텐 함량만 낮추었을 뿐이고, 지방 등 성분은 오히려 더 많이 포함하고 섬유소 함량을 낮추어 비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다. 한 식품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글루텐 프리 식품이 일반 식품에 비해 글루텐 관련된 단백질 함유량은 2-3배 낮은 반면, 지방 함유량은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스파게티, 파스타, 피자 등 밀가루 음식을 미국보다 2배 이상 소비하지만, 비만율은 이탈리아가 인스턴트 식품이 많은 미국에 비해 4분의 1 정도로 보고된 바도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먹는 밀가루 음식은 스파게티, 화덕에 구운 밀가루 빵이지만, 미국 사람들이 먹는 밀가루 음식은 액상과당 등 다양한 첨가물이 포함된 인스턴트 음식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탈리아 패러독스’라고 말한다. 밀가루 음식을 끊었더니 다이어트가 된다면서 밀가루가 비만을 가져온다고 말하지만, 밀가루 음식 자체가 살찌는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밀가루 자체가 아닌, 함께 첨가되는 설탕이나 액상과당같은 당류, 경화유 등 각종 부재료 첨가물과 밀가루 음식 조리법 그리고 일상적인 생활습관에서 비만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