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7(화) 14:50
| 역할극, 입장을 바꿔 보자 미션21 phj2930@nate.com |
| 2024년 11월 13일(수) 1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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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학습장이 해를 거듭하면서 자리를 잡아갔다. 좋은 프로그램은 정착되고, 새로운 프로그램도 늘어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명상의 시간’에 이어 실시한 ‘역할극’이었다. 역할극은 상대방을 입장을 헤아려보면서 자기 스스로를 깨우치고 찾아가는 것이다.
공동학습장에서 함께 생활했던 학생들은 당시 용어로 소위 ‘문제아’들이었다. 지금은 ‘학교 부적응 학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부적응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지만 사실은 여러 형태이다. 학교를 오지 않는 장기결석자, 학교는 오지만 교사에게 대들고 수업을 방해하거나 무기력하게 앉아서 하루 종일 잠을 자는 학생. 흡연은 말할 것도 없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학교에 오는 애들도 많았다. 힘 세고 깡이 있기에 시내에서 조직폭력배 생활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요샛말로 하면 학교에서 제일가는 진상님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대책 없는 아이들이 공동학습장에서 생활했다. 그러니 이 친구들을 먹이고, 재우고, 함께 살면서 공부하는 게 일의 전부가 아니었다. 응어리져있는 마음을 풀어주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기 때문이다.
나에게 어려움이 닥쳤다. 애들이 천차만별이어서 인내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랐다. 너무나 많은 상처들이 치유되지 않아서 폭력성이 심했고, 대화마다 욕설이 흥건했다. 살고 있는 이곳에 불을 지르고, 밤에 뛰쳐나간 애들을 찾아가보면 술을 마시고 있거나 어떤 때는 유흥주점에서 여자들과 함께 놀아난 애들도 있었다. 참담했다.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을 고민 고민하다가 수련시설에서 확산되고 있던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역할극이었다.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고, 나는 학생이 되었다.
불을 켜놓고 그 역할을 하려니까 서로 쑥스러웠다. 촛불을 켰다. 그리고는 내가 학교에서 제일 보기 싫은 선생님이라 생각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예를 들자면 너 같은 게 선생이냐, 너 돈 봉투 받았잖아. 그리고 우리 학교 여학생을 성추행한 소문이 있던데 등등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줄줄이었다.
규명이 네가 오늘 학교에서 청소를 하다가 화가 나서 유리창을 깼잖아. 실제로 규명이가 유리창을 깬 날이다. 네가 선생님 입장에서 나에게 말해 보라 했다. 처음에는 웃더니 아이들이 말했다.
“야 유리창을 왜 깨냐, 그렇게 주먹이 세냐? 피가 질질 나게 유리가 너 손에 박혀야 되는데, 정말 너 같은 게 사람이냐.” 등등 애들은 선생님 입장에서 화를 냈다.
나도 쩔쩔맨 척하면서 대항했다.
“선생님은 내 마음을 아세요? 내가 왜 유리창을 깼는지 아세요? 선생님은요 편견을 갖고요, 공부 잘하는 애들은 따로 챙겨주고 우리는 엄청나게 무시했잖아요.”
우리는 입장을 바꿔놓고 제법 뜨겁게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재미있어 하더니 점점 진지해졌고 그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하였다. 역할극을 통해서 아이들은 자기의 마음속 응어리를 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낼 수는 없었다. 이 학생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했다. 그런데 병원에 데리고 다닐 비용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병원을 가자고 하면 거부했다. 생각 끝에 잘 아는 임상심리사 최봉실 선생님과 내 또래인 젊은 의사 몇 분에게 부탁했다.
그분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의사 티를 내지 않기로 했다. 마치 친구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거기서 치료와 상담을 하는 것이었다. 굉장한 반응이었다. 그 사람이 언제 오냐고, 선생님 친구는 언제 오냐고 물었다. 우리는 그렇게 2년 가까이 그 프로그램을 운영해 봤다. 아이들은 점점 자기 말을 아낄 줄 알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처럼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이러한 분들의 도움이 컸다. 지금도 그 아이들은 이분들이 내 친구인지 안다. 성인이 되어서도 가끔 말한다.
“그때 예쁘장하게 생겼던 그 선생님, 선생님 친구는 지금 뭐 하세요?”
“병원에 계신단다.”
“병원에 입원했어요?”
“아니, 그 뜻이 아니라 의사 선생님이 되셨어!”
“맞아, 그랬어요. 좀 의사 선생님 같았어요.”라고 말한다.
그 시절이 참 그립다.
공동학습장에서 함께 생활했던 학생들은 당시 용어로 소위 ‘문제아’들이었다. 지금은 ‘학교 부적응 학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부적응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지만 사실은 여러 형태이다. 학교를 오지 않는 장기결석자, 학교는 오지만 교사에게 대들고 수업을 방해하거나 무기력하게 앉아서 하루 종일 잠을 자는 학생. 흡연은 말할 것도 없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학교에 오는 애들도 많았다. 힘 세고 깡이 있기에 시내에서 조직폭력배 생활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요샛말로 하면 학교에서 제일가는 진상님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대책 없는 아이들이 공동학습장에서 생활했다. 그러니 이 친구들을 먹이고, 재우고, 함께 살면서 공부하는 게 일의 전부가 아니었다. 응어리져있는 마음을 풀어주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기 때문이다.
나에게 어려움이 닥쳤다. 애들이 천차만별이어서 인내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랐다. 너무나 많은 상처들이 치유되지 않아서 폭력성이 심했고, 대화마다 욕설이 흥건했다. 살고 있는 이곳에 불을 지르고, 밤에 뛰쳐나간 애들을 찾아가보면 술을 마시고 있거나 어떤 때는 유흥주점에서 여자들과 함께 놀아난 애들도 있었다. 참담했다.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을 고민 고민하다가 수련시설에서 확산되고 있던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역할극이었다.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고, 나는 학생이 되었다.
불을 켜놓고 그 역할을 하려니까 서로 쑥스러웠다. 촛불을 켰다. 그리고는 내가 학교에서 제일 보기 싫은 선생님이라 생각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예를 들자면 너 같은 게 선생이냐, 너 돈 봉투 받았잖아. 그리고 우리 학교 여학생을 성추행한 소문이 있던데 등등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줄줄이었다.
규명이 네가 오늘 학교에서 청소를 하다가 화가 나서 유리창을 깼잖아. 실제로 규명이가 유리창을 깬 날이다. 네가 선생님 입장에서 나에게 말해 보라 했다. 처음에는 웃더니 아이들이 말했다.
“야 유리창을 왜 깨냐, 그렇게 주먹이 세냐? 피가 질질 나게 유리가 너 손에 박혀야 되는데, 정말 너 같은 게 사람이냐.” 등등 애들은 선생님 입장에서 화를 냈다.
나도 쩔쩔맨 척하면서 대항했다.
“선생님은 내 마음을 아세요? 내가 왜 유리창을 깼는지 아세요? 선생님은요 편견을 갖고요, 공부 잘하는 애들은 따로 챙겨주고 우리는 엄청나게 무시했잖아요.”
우리는 입장을 바꿔놓고 제법 뜨겁게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재미있어 하더니 점점 진지해졌고 그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하였다. 역할극을 통해서 아이들은 자기의 마음속 응어리를 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낼 수는 없었다. 이 학생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했다. 그런데 병원에 데리고 다닐 비용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병원을 가자고 하면 거부했다. 생각 끝에 잘 아는 임상심리사 최봉실 선생님과 내 또래인 젊은 의사 몇 분에게 부탁했다.
그분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의사 티를 내지 않기로 했다. 마치 친구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거기서 치료와 상담을 하는 것이었다. 굉장한 반응이었다. 그 사람이 언제 오냐고, 선생님 친구는 언제 오냐고 물었다. 우리는 그렇게 2년 가까이 그 프로그램을 운영해 봤다. 아이들은 점점 자기 말을 아낄 줄 알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처럼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이러한 분들의 도움이 컸다. 지금도 그 아이들은 이분들이 내 친구인지 안다. 성인이 되어서도 가끔 말한다.
“그때 예쁘장하게 생겼던 그 선생님, 선생님 친구는 지금 뭐 하세요?”
“병원에 계신단다.”
“병원에 입원했어요?”
“아니, 그 뜻이 아니라 의사 선생님이 되셨어!”
“맞아, 그랬어요. 좀 의사 선생님 같았어요.”라고 말한다.
그 시절이 참 그립다.
미션21 phj2930@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