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7(화) 14:50
| “소고치며 춤추어 찬양하며 현악과 퉁소로 찬양할지어다” ■ ‘장자, 호모루덴스, 축제-축제로 승화된 한(恨)과 슬픔 - 강성률(광주교대 명예교수, 광주 기윤실 공동대표) 미션21 phj2930@nate.com |
| 2024년 10월 25일(금) 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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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광주 120주년을 맞이해, “광주 다움 & 다음”포럼을 지난 6월 20일~21일, 광주동명교회에서 개최했다. 금번 포럼은 안산동산교회(김성겸 목사)가 한국교회 큰 숲 운동을 위해 설립한 세뛰새Korea가 주최하고,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이박행 목사)과 요셉의창고사회적협동조합(서종석 목사)이 공동 주관했다. 아울러 올해 9월에 제4차 세계대회를 개최한 한국로잔위원회와 국내·외 선교 컨트롤 타워인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의 공식 후원은 지역의 총체적 복음 사역에 거룩한 부담을 갖게 했다. 협력 후원으로 광주광역시기독교교단협의회,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광주NCC), 광주기독단체연합회 등 선교 정신을 갖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들이 참여했다. 광주선교 120주년을 맞아 실시한 이번 포럼의 12개 주제에 대해 창간25주년을 맞은 미션21 지면에 차례로 게재하고 있다. / 편집자 주
엄숙한 지성인·근검절약 노동인 초월 ‘유쾌하게 노는’ 호모 루덴스 출현
‘５.18 RED FESTA’는 토크쇼·퍼포먼스 등 통해 광주의 한 축제로 승화
교회도 짐을 지우기 전에 먼저 짐을 내려주고, 억눌린 마음을 풀어주어야
어렸을 적 경험한 성탄전야처럼 한국의 온 땅에 천국 잔치가 끊임없이 열리도록
지난 6월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광주 동명교회에서 열린 ‘2024 여름 세뛰세 글로컬데이’에서 위와 같은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보통의 교회 프로그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그래서 다소 생뚱맞은 동양 철학자의 이름 ‘장자(莊子)’가 들어간 데에는 오늘날 한국 교회가 너무 진지하고 근엄하다는 느낌 아닌 느낌, 그로 인하여 청소년은 말할 것도 없고 성인들마저 ‘역시 교회는 재미가 없다’는데 동의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여기에는 필자의 전공이 철학이라는 사실도 한 몫 거들었으리라 짐작한다.
물론 교회가 ‘재미’를 찾는 곳은 아니다. 하나님께 예배하고, 기도하는 중에 말씀으로 새 에너지를 얻는 곳이다. 성도와의 교제도 있고, 전도와 선교의 동력을 얻는 곳이기도 하다. 그밖에 교회 가는 목적을 더 찾으라면, 아마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교회가 ‘재미’ 있다고 하여 나쁠 것은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재미가 있어야 한다. 교회 가는 일이 기쁘고 즐거워야 한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가슴이 설렌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초등학교 5학년 때, 고향의 동네에 작은 교회가 세워졌다. 필자는 1년에 딱 한 번 교회에 ‘출석’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로도 불린 성탄 전야. ‘성탄’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그 밤에 떡과 사탕이 주어진다는 사실은 1년 내내 잊지 않았다. 교회 건물은 천장과 벽 외에 장식 같은 건 없었다. 의자도, 심지어 바닥(콘크리트)도 없었다. 맨땅인 바닥에 짚을 깔아 사람들을 앉게 했다. 강대상은 시멘트로 채워진 직육면체, 그 제단 위에 촛불 두 개가 켜져 있었다. 그리고 정면 벽에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라고 하는 여덟 글자가 한 자씩 따로따로 붙어 있었다.
제법 큰 동네였음에도 교회는 늘 한산했었다. 하지만 그날 밤만은 예외였다. 앞자리(바닥)부터 차곡차곡 앉게 했음에도 어느새 교회는 인파로 가득 찼고, 미처 발을 들여놓지 못한 사람들은 창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아야 했다. 그 진풍경은 눈보라가 치는 날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무엇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을까? 무엇 때문에 이웃 동네 사람들까지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에 몰려들었을까? 그곳에는 ‘이벤트’가 있었다!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호롱불보다 훨씬 밝은 촛불 두 개가 켜져 있었고, 몇몇 어린이의 ‘율동’도 있었으며, 찬송가 ‘음악’도 있었다. 무엇보다 떡과 사탕이 주어졌다!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필자가 교회를 찾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 역시 그날 밤의 ‘가슴 설렌’ 축제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98년 광주. 필자는 ‘일곡동 한마당, 성탄절 거리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많은 은혜를 체험했다. 모든 성도가 분장한 채 일곡동 거리를 찬양하며 행진하는데, 양쪽 인도에 구경 나온 시민들에게는 준비한 선물을 나누어 드렸다. 군악대(처음에는 패밀리랜드 고적대)와 경찰 오토바이가 앞장서고, 그 뒤를 (수태고지, 아기 예수 탄생, 동방박사, 십자가 고난, 부활 등) 예수님 생애를 재현한 트럭 행렬, 십자군 군병, 성도들, 교회 대형버스, 119구급대, 사물놀이패가 따르는 긴 행렬을 바라보며 시민들은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거렸다. 그리고 교회는 당연하게도, 크게 부흥했다.
사람은 칭찬을 먹고 산다. 특히 한국인들은 흥이 많은 민족이다. 억지로 오라 하면, 절대 오지 않는다. 엄숙한 얼굴로 ‘구원받으라!’ 하면 거부감부터 생긴다. ‘회개하라!’ 하면 기분부터 나빠진다. 이 세상을 욕하기 전에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살펴야 한다. 하여 교회에서도 쉬고 놀고 즐기도록 해야 한다. ‘끼’가 발동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복음을 전하고 성경을 가르쳐도 늦지 않는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주님께서도 일하기 전에 먼저 쉬라고 말씀하셨다. 교회에서 성도에게 짐을 지우기 전에 먼저 짐을 내려주고, 억눌린 마음을 풀어주어야 한다.
코이노니아 시간을 더 늘리고, 즐거운 프로그램을 더 계발해야 한다. 신난 한마당 잔치를 자주 열어 주어야 한다. 할 수만 있으면 맛있는 음식도 대접해야 한다. 만남이 ‘즐거움’이 되어야 하고, 교제가 ‘축제’가 되어야 한다. 마음을 기쁘게,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았던 철학자, 그가 바로 장자였다. 그에 의하면, 진정 도를 깨닫는 사람은 삶을 기뻐하거나 죽음을 싫어하지 않는다. 작은 것을 탓하거나 성공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억지로 일을 꾸미지도 않는다. 그러한 장자의 철학 밑바탕에는 만물일체론(萬物一體論)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사물이 서로 얽히고 뭉쳐서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물은 전체의 한 부분에 불과하며, 따라서 어떠한 개별적 변화도 전체적 질서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에 의하면, 삶과 죽음도 모양만 다를 뿐, 본질에 있어서는 똑같다. 장자가 아내의 죽음 앞에서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자네는 아내가 죽었는데, 슬프지도 않은가?”라고 묻는 친구 혜시에게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본래 삶도 형체도 없었고, 그림자조차 없었지 않은가? 이제 그녀도 죽었으니, 이것은 춘하추동의 변화와 같은 것이다. 그녀는 아마 한 칸의 거실 안에서 단잠을 자고 있겠지. 내가 처음에는 소리 내어 울다가 생각하니, 가소롭기 짝이 없네.” 이는 비관과 낙관을 한꺼번에 융화시킨 일종의 달관(達觀)주의이다. 세상의 가치 기준을 초월하는, 그래서 복음과도 상당히 닮아 있다.
천상병 시인은「귀천」이라는 시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고 노래했다. 가난과 고난을 초월한 자세, 삶에 대한 미련 없이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시인의 마음이 여기에 담겨 있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란 ‘유희의 인간’을 의미한다. 인간의 본질을 유희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서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서 다양한 창조 활동을 전개하는 학문, 예술(아마도 종교까지) 등 인간의 전체적인 발전에 기여한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보통은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 즉 ‘지혜와 이성과 지식을 갖춘 존재’로 규정해 왔다. 여기에 생산과 노동 활동 역시 중요하다는 의미로 ‘호모파베르(공작인)’라는 용어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근래에는 ‘호모 루덴스’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엄숙한 지성인, 근검 절약의 노동인을 초월하여 ‘유쾌하게 노는’ 호모 루덴스라는 개념이 출현한 것이다.
다윗은 ‘여호와 앞에서 힘을 다하여 춤’을 추었다. 성경에서는 “소고 치며 춤 추어 찬양하며 현악과 퉁소로 찬양하라”고 권유한다. 2004년부터 진행되어온 축제 ‘５.18 RED FESTA’는 토크쇼와 퍼포먼스 등을 통하여 광주의 한과 슬픔을 축제로 승화시켰다. 한국 교회 역시 이제는 엄숙함과 진지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도들을 자유롭게, 신나게 해주어야 한다. 교회마다, 동네마다, 도시마다 거리축제를 열어야 한다. 한국의 온 땅에 천국 잔치가 끊임없이 열리도록 해야 한다.
엄숙한 지성인·근검절약 노동인 초월 ‘유쾌하게 노는’ 호모 루덴스 출현
‘５.18 RED FESTA’는 토크쇼·퍼포먼스 등 통해 광주의 한 축제로 승화
교회도 짐을 지우기 전에 먼저 짐을 내려주고, 억눌린 마음을 풀어주어야
어렸을 적 경험한 성탄전야처럼 한국의 온 땅에 천국 잔치가 끊임없이 열리도록
지난 6월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광주 동명교회에서 열린 ‘2024 여름 세뛰세 글로컬데이’에서 위와 같은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보통의 교회 프로그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그래서 다소 생뚱맞은 동양 철학자의 이름 ‘장자(莊子)’가 들어간 데에는 오늘날 한국 교회가 너무 진지하고 근엄하다는 느낌 아닌 느낌, 그로 인하여 청소년은 말할 것도 없고 성인들마저 ‘역시 교회는 재미가 없다’는데 동의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여기에는 필자의 전공이 철학이라는 사실도 한 몫 거들었으리라 짐작한다.
물론 교회가 ‘재미’를 찾는 곳은 아니다. 하나님께 예배하고, 기도하는 중에 말씀으로 새 에너지를 얻는 곳이다. 성도와의 교제도 있고, 전도와 선교의 동력을 얻는 곳이기도 하다. 그밖에 교회 가는 목적을 더 찾으라면, 아마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교회가 ‘재미’ 있다고 하여 나쁠 것은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재미가 있어야 한다. 교회 가는 일이 기쁘고 즐거워야 한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가슴이 설렌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초등학교 5학년 때, 고향의 동네에 작은 교회가 세워졌다. 필자는 1년에 딱 한 번 교회에 ‘출석’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로도 불린 성탄 전야. ‘성탄’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그 밤에 떡과 사탕이 주어진다는 사실은 1년 내내 잊지 않았다. 교회 건물은 천장과 벽 외에 장식 같은 건 없었다. 의자도, 심지어 바닥(콘크리트)도 없었다. 맨땅인 바닥에 짚을 깔아 사람들을 앉게 했다. 강대상은 시멘트로 채워진 직육면체, 그 제단 위에 촛불 두 개가 켜져 있었다. 그리고 정면 벽에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라고 하는 여덟 글자가 한 자씩 따로따로 붙어 있었다.
제법 큰 동네였음에도 교회는 늘 한산했었다. 하지만 그날 밤만은 예외였다. 앞자리(바닥)부터 차곡차곡 앉게 했음에도 어느새 교회는 인파로 가득 찼고, 미처 발을 들여놓지 못한 사람들은 창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아야 했다. 그 진풍경은 눈보라가 치는 날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무엇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을까? 무엇 때문에 이웃 동네 사람들까지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에 몰려들었을까? 그곳에는 ‘이벤트’가 있었다!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호롱불보다 훨씬 밝은 촛불 두 개가 켜져 있었고, 몇몇 어린이의 ‘율동’도 있었으며, 찬송가 ‘음악’도 있었다. 무엇보다 떡과 사탕이 주어졌다!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필자가 교회를 찾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 역시 그날 밤의 ‘가슴 설렌’ 축제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98년 광주. 필자는 ‘일곡동 한마당, 성탄절 거리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많은 은혜를 체험했다. 모든 성도가 분장한 채 일곡동 거리를 찬양하며 행진하는데, 양쪽 인도에 구경 나온 시민들에게는 준비한 선물을 나누어 드렸다. 군악대(처음에는 패밀리랜드 고적대)와 경찰 오토바이가 앞장서고, 그 뒤를 (수태고지, 아기 예수 탄생, 동방박사, 십자가 고난, 부활 등) 예수님 생애를 재현한 트럭 행렬, 십자군 군병, 성도들, 교회 대형버스, 119구급대, 사물놀이패가 따르는 긴 행렬을 바라보며 시민들은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거렸다. 그리고 교회는 당연하게도, 크게 부흥했다.
사람은 칭찬을 먹고 산다. 특히 한국인들은 흥이 많은 민족이다. 억지로 오라 하면, 절대 오지 않는다. 엄숙한 얼굴로 ‘구원받으라!’ 하면 거부감부터 생긴다. ‘회개하라!’ 하면 기분부터 나빠진다. 이 세상을 욕하기 전에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살펴야 한다. 하여 교회에서도 쉬고 놀고 즐기도록 해야 한다. ‘끼’가 발동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복음을 전하고 성경을 가르쳐도 늦지 않는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주님께서도 일하기 전에 먼저 쉬라고 말씀하셨다. 교회에서 성도에게 짐을 지우기 전에 먼저 짐을 내려주고, 억눌린 마음을 풀어주어야 한다.
코이노니아 시간을 더 늘리고, 즐거운 프로그램을 더 계발해야 한다. 신난 한마당 잔치를 자주 열어 주어야 한다. 할 수만 있으면 맛있는 음식도 대접해야 한다. 만남이 ‘즐거움’이 되어야 하고, 교제가 ‘축제’가 되어야 한다. 마음을 기쁘게,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았던 철학자, 그가 바로 장자였다. 그에 의하면, 진정 도를 깨닫는 사람은 삶을 기뻐하거나 죽음을 싫어하지 않는다. 작은 것을 탓하거나 성공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억지로 일을 꾸미지도 않는다. 그러한 장자의 철학 밑바탕에는 만물일체론(萬物一體論)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사물이 서로 얽히고 뭉쳐서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물은 전체의 한 부분에 불과하며, 따라서 어떠한 개별적 변화도 전체적 질서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에 의하면, 삶과 죽음도 모양만 다를 뿐, 본질에 있어서는 똑같다. 장자가 아내의 죽음 앞에서 물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자네는 아내가 죽었는데, 슬프지도 않은가?”라고 묻는 친구 혜시에게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본래 삶도 형체도 없었고, 그림자조차 없었지 않은가? 이제 그녀도 죽었으니, 이것은 춘하추동의 변화와 같은 것이다. 그녀는 아마 한 칸의 거실 안에서 단잠을 자고 있겠지. 내가 처음에는 소리 내어 울다가 생각하니, 가소롭기 짝이 없네.” 이는 비관과 낙관을 한꺼번에 융화시킨 일종의 달관(達觀)주의이다. 세상의 가치 기준을 초월하는, 그래서 복음과도 상당히 닮아 있다.
천상병 시인은「귀천」이라는 시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고 노래했다. 가난과 고난을 초월한 자세, 삶에 대한 미련 없이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시인의 마음이 여기에 담겨 있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란 ‘유희의 인간’을 의미한다. 인간의 본질을 유희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서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서 다양한 창조 활동을 전개하는 학문, 예술(아마도 종교까지) 등 인간의 전체적인 발전에 기여한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보통은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 즉 ‘지혜와 이성과 지식을 갖춘 존재’로 규정해 왔다. 여기에 생산과 노동 활동 역시 중요하다는 의미로 ‘호모파베르(공작인)’라는 용어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근래에는 ‘호모 루덴스’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엄숙한 지성인, 근검 절약의 노동인을 초월하여 ‘유쾌하게 노는’ 호모 루덴스라는 개념이 출현한 것이다.
다윗은 ‘여호와 앞에서 힘을 다하여 춤’을 추었다. 성경에서는 “소고 치며 춤 추어 찬양하며 현악과 퉁소로 찬양하라”고 권유한다. 2004년부터 진행되어온 축제 ‘５.18 RED FESTA’는 토크쇼와 퍼포먼스 등을 통하여 광주의 한과 슬픔을 축제로 승화시켰다. 한국 교회 역시 이제는 엄숙함과 진지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도들을 자유롭게, 신나게 해주어야 한다. 교회마다, 동네마다, 도시마다 거리축제를 열어야 한다. 한국의 온 땅에 천국 잔치가 끊임없이 열리도록 해야 한다.
미션21 phj2930@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