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서
잘나고 큰 것이 못나고 작은 것들을 모조리 없애버린다면 이것은 포도송이가 아니다. 떨어져 나간 것과 동시에 붙어 있는 낱알들도 쓸모가 없게 된다. 포도는 낱알이 아니고 한 송이로 평가된다.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유다의 지도자들이 포도송이와 포도원을 망가뜨리고 있다. 인권을 천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아 버렸다. 종교 공동체의 파괴이다. ‘늑탈하다’의 동사는 ‘가젤’이다. 강도질로 빼앗은 물건이다. 원래 자기 것이 아니다. 남의 것을 탈취한 것이요 불법으로 모은 재물이다. 강탈한 물건을 가지고 부를 누리고 있다.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14절에서는 12절과 달리 “우두머리”가 “사르”로 나온다. 장관이며 고관이고 법을 집행하는 책임자이다. “불태웠다”는 “바아르”이다. “소모시켰으며, 먹어치웠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포도원을 소멸시키고 있으며 욕심의 충족을 위하여 먹어치우고 있다. 늑탈 물들이 오늘 “너의 집 안에 있다” 이것이 증거물이다. 이들에게는 공동체로서 “우리”가 없다. “나”만 있다. 그래서 동사 “바아르”를 다시 해석하면 단순히 불태웠다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잔인하고 난폭했다”는 뜻이다. 분사가 되면 “보에르”인데, “잔인한 사람”이 된다. 같은 동족이요 종교 공동체에게 이처럼 가혹한 행위를 한 자들이 장관이요 고관들이다. 예언자는 이들에게 묻는다. “어찌하여 너희가”(마 라켐)인데, MT(맛소라 사본)에서는 “말캄”이다. “그들의 왕”이다. 사해사본은 “어찌하여” 이다. “그들의 왕이 내 백성을 뭉개고 있다(15절). 어찌하여 너희가 장관들이고 우두머리들이냐”이다. 사해사본을 따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B.C. 701년경 역사적으로 앗수르 임금 산헤립이 원정을 시작하여 유다 여러 성읍들을 정복했으며 예루살렘을 포위한 일이 있다. 이 때에 유다는 권력의 핵심이 무너졌으며 정치적 공백기가 계속되었다. 이런 혼란기를 노려 유다의 힘 있는 자들이 백성을 탄압하고 착취하는데 앞장 섰다. 유다의 임금은 고대 오리엔트 세계의 왕국과 달리 절대군주가 아니다. 왕의 법을 지켜야 하며 신명기법에 근거하여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 그런데도 아하즈 시대 유다에서 하나님의 법이 짓밟혔으며 정의와 공평의 빛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이스라엘에서는 임금과 백성이 이웃이 되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사랑받는 포도원이다. ‘재판’도 ‘약한 자’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있는 것이요 그들을 돕기 위해서 법정이 있어야 한다. 약자들, 가난한 자들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 주시고 짓밟혔던 권리를 회복시켜 주기 위해서 하나님이 나타나셨고 행동하기 위해서 일어서셨다.
“얼굴을 맷돌질 한다.” 얼굴은 감정의 표현을 알 수 있는 곳이며 그 사람의 인격을 표출하는 곳이다. 얼굴은 사람됨의 인격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인격을 맷돌질하였다. 인권을 여지없이 뭉개버렸다. 인간의 고귀성이 상실되었다. 본래적인 인격은 얼굴에서 표출된다. 하나님을 바라보는 얼굴이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얼굴 앞에 인간은 서 있어야 한다. 얼굴과 얼굴이 맞대어 있음으로써 대화가 가능하다. “야훼의 신탁”이다. 어김없이 실현될 것이라고 이사야는 메시지를 전하였다. 예언자도 위탁받은 말씀을 선포된 말씀을 그대로 행하신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유다는 서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의지 안에서 유다의 모든 비행은 드러날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유다가 솔직히 고백하고 돌아오면 된다. 다시 회복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예언자가 중재자가 되어 하나님 앞에 서 있다. 이사야는 유다에 닥쳐올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선택은 유다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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