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되면 1년간 열심히 활동한 것에 대한 평가와 시상이 이어진다. 좋은 평가를 받고 상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기쁘고 즐거운 연말이 되겠지만, 남들보다 실적이 시원치 않거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괴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나 스스로도 올 한해를 돌아보면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일상을 통해 만족을 느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아쉬움과 한탄은 뒤로 하고 이왕 지나온 과거는 시간에 맡기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해 행복한 기운을 공유하며 힘을 얻을 수 있는 책 한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춤추는 고래는 행복하다”는 인생의 샬롬을 이루어 가는 21일 묵상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인 류인현 목사는 젊은이들이 행복한 뉴프론티어교회의 담임목사다. 복음과 도시와 청년을 사랑하는 그는 맨해튼의 ‘코리안 팀 켈러’(Korean Tim Keller)라고 불린다. 뉴프론티어교회에서 사역하는 17년 동안 1만여 명의 청년들을 만나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배우고 있다. 다음 세대를 세우는 교회의 비전에 따라 지난 10월에는 젊은 가정 중심의 뉴저지 캠퍼스도 설립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B.A, 독어교육)와 웨스트민스터신학교(M.Div, Th.M)에서 공부했다. 현재 미국 코스타의 공동대표로, 소래선교회, KPM선교회, 하나로복지회 등 여러 선교회의 이사로 섬기고 있다.
책에는 고래의 일러스트가 실려 있는데 2022년에 크게 인기를 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고래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실마리를 발견할 때 고래가 눈 앞에서 떠다니는 광경이 연출되는데, 저자도 고래 특히 혹등고래에게서 책의 모티브를 발견했다고 한다. 모든 이산화탄소를 끌어안고 심해로 내려가 죽는 혹등고래가 마치 십자가의 낮은 곳으로 내려와 모든 사람을 대속하기 위해 죽음을 맞으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한참 유명했던 책인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떠오르는 책의 제목을 보며 한편으로는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춤추는 고래의 심정은 어떨까? 즐거움이 있어서 춤을 추는지 아니면 책망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를 춤으로 나타낸 것인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다. 물론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겠지만 진정 행복함을 느끼며 춤을 추는 행동이 나타난다면 그것이 진정 행복에서 나오는 춤일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점점 더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동물의 왕국처럼 변해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모든 공동체가 혹등고래처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행복, 곧 샬롬의 나라다.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 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예수 닮은 삶을 살기를 원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추는 하나님 나라를 이 세상에서 살아내기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세 이레 즉 21일간의 묵상과 기도를 통해 그 답을 발견하기를 바라고 있다. 책 중간 중간에 담겨 있는 고래 일러스트들을 보면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넓은 바다를 헤엄쳐 나가는 고래의 여정을 떠올리며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우리의 삶을 발견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내 삶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주님이심을 다시금 고백하게 된다. 세상이 주는 행복은 일시적이고 잠시 잠깐이지만 우리는 그것에 너무 목을 메고 살아가다 보니 진정한 행복의 춤을 추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부인하고 주님과 연결되어 살아가는 삶 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해의 끝자락을 살아가며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떠오른다면 그건 아마도 내 스스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알아주는 않아도 주님을 통해 기쁨과 행복을 얻는다면 그것이 바로 제대로 된 행복이고 삶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행복으로 인해 춤을 추며 살아가는 남은 2023년과 새로운 2024년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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