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한 날씨에 지친 몸을 이끌고 책상에 앉아 활자를 쳐다본다는 것이 여간 힘든 계절이다. 문명의 기기인 에어컨 이라는 친구의 도움이 없다면 일터에서나 가정에서 쾌적한 시간을 마주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 친구도 식욕이 대단해서 친하게 지내려면 만만치 않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귀하신 몸이다. 이래저래 고민과 걱정이 일상을 힘들게 하는 장마철을 보내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고 힘을 낼 수 있는 책 한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의 저자는 김소영씨 이다. 작가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졸업 후 마케팅과 광고·홍보 부문에서 7년간 일했다. 2001년 와튼스쿨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국내 대기업과 미디어기업에서 전략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2009년부터 중국 내 〈보그〉 잡지를 발행하는 콘데나스트(Conde Nast)의 중국 지사에서 유일한 한국인 마케팅 컨설턴트로 3년간 일했다. 귀국하여 중앙미디어그룹의 잡지부문 전략실장을 거쳐 〈엘르〉, 〈코스모폴리탄〉, 〈바자〉, 〈에스콰이어〉 잡지를 발행하는 허스트중앙의 CEO 및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세상적으로 보면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자녀와 친정 아버지의 사건을 통해 삶에 대한 관점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게 된다. 특히 가족을 이끌던 가장으로 그녀의 삶에 기둥과 같은 존재였던 아버지의 사고는 모든 가족들에게 고통과 낙심을 주는 큰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 속에서 원망과 낙심 속에 삶을 살아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와 관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 속에 어느날 ‘책으로 사람을 치유한다’는 뜻의 《비블리오테라피》를 만났고, 아픈 아버지께 성경과 책을 읽어 드린 후 웃음과 행복이 다시 찾아오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들은 저자가 아버지에게 낭독해 드렸던 책과 낭독을 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그렇게 시작했던 책 읽어주기가 점점 힘을 발휘하며 가족들에게 힘이 되고 행복의 출발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책으로 사람을 치유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몸소 경험하고 그 효과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아버지와 소통하듯 읽어드린 책들이 소원했던 부녀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맺어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요즘이야 딸바보 라는 말이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시간을 30-40년 전으로만 돌려보면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는 그저 목적이 있을 때만 대화하고 찾게 되는 그런 모습이었다. 살갑게 소통하고 사랑을 주고 받는 요즘의 부녀관계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저자도 그러한 시대 상황 속에 살아 오다 보니 병석에 누운 아버지를 많이 원망하고 힘들었던 삶을 고백한다.
책을 읽으며 오늘의 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육신의 아버지와 얼마나 소통하며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하나님 아버지와의 관계로 생각해 보았다. 어렵고 힘들 때만 연락하고 도와달라고 하지는 않았는지? 기억을 되돌려보니 내가 어렵고 도움이 필요할 때만 적극적으로 내 이야기만 한 것 같다. 아버지가 원하는 것에 관심을 갖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만 일방적으로 주장한 신앙의 모습이 그대로 삶 속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책으로 사람을 치유한다는 비블리오테라피를 만난 저자가 아버지와 더욱 가까워진 것처럼 복음을 만난 우리가 주님과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를 이 책을 통해 만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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