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봄의 날씨처럼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는 4월이다. 부활의 절기를 지나고 이제는 한해의 일들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 분주하게 추진되고 있는 시기이다. 따뜻한 봄기운에 땅에서 위로 약간만 시선을 올려보면 아지랑이가 눈앞에서 아른 거리는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이나 성경을 펴서 글자를 읽으려고 하면 봄날의 아지랑이 처럼 글자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잠이 덜 깨어 그런 것인지 차가운 물에 세수를 연신 해보지만 글자들이 눈앞에서 춤추며 흐릿해지는 것이 멈추지 않는다. 이게 말로만 듣던 노안이었던 것이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안 따라주어 서글프다는 이야기를 하시면 나이가 들어가니 당연한 것 아닌가 라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막상 그 나이에 접어들다 보니 그 어르신의 서글픔이 나에게도 찾아오게 되었다. 아! 이렇게 젊음을 잃어버리고 나이 먹으며 늙어가는 것인가! 라는 한탄을 하던 중 마음에 힘을 주는 책 한권을 발견한다. “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고령화 되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노, 장년층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책이 등장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오평선은 내로라하는 교육 회사에서 26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다들 그랬듯이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치열하게 살다 보니 얻은 것도 있었지만 많은 것을 놓쳤다. 자의든 타의든 틀 속에 갇혀 사는 기분이었다. 오십 후반에 접어들자 세상의 시계가 아닌 자신만의 시계에 세상을 맞추며 살아보고 싶어졌다. 지켜야 할 것과 놓아줘야 할 것이 무엇인지, 남은 인생은 무엇을 해야 행복하고 즐거울지 고민한 뒤 퇴직 후 인생 2막을 시작했다. 현재 그는 ㈜티앤씨파트너스 진로적성연구원장으로, 교육 현장에서 터득한 지혜와 지식을 바탕으로 청소년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는 컨설턴트를 육성하고 있다.
책을 보면 그렇게 길지 않은 문장들로 기록된 65개의 인생 문장이 기록되어 있고, 내용과 관련된 세계의 명화 40여점이 글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저자의 글과 함께 우리가 주위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동서양의 인생의 선배들이 남겨둔 격언까지 함께 덧붙여 있어서 다채롭고 깊이 있는 위로를 전해주고 있다. 아른거리는 눈을 비비고 과학의 도움(돋보기)을 빌려 책을 들여다 본지 2시간 정도면 종착점에 다다를 수 있는 분량이라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권해주기 좋은 책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상 호흡이 긴 책이나 영상들은 사람들에게 외면받기 좋은 시대이기에 저자의 책 내용이 SNS나 메신저에서 공유되고 인기를 얻었던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흔히 든든한 노후를 책임지는 것은 ‘돈’과 ‘건강’이라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두 가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단단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몽테뉴가 “늙은이는 얼굴보다 마음에 더 많은 주름이 있다”라고 말했듯이, 나이가 들수록 우아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과 무기력과 회의감에 빠진 사람의 차이는 바로 마음가짐에 있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이 어렵지 않기에 읽는 데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지만 책을 덮고 난 후에는 많은 생각으로 인해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려웠다.
성서 속에 나오는 신앙의 선배들 이야기가 너무 오래되고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분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소개해보며 책의 어떤 내용보다도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역시 책 제목이다. 설익은 밥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사람의 삶도 그럴 것이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서글픔이 아닌 인생의 완성임을 받아들이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하루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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