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공산주의는 이념만 보면 매우 판타스틱 한 경제개념이다. 이상적인 이념은 사유재산제를 철폐하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재산을 평등하게 공동소유하는 사회를 이루려는 것이다. 공산주의에서 주창하는 이상은 1840년경 어느 날 툭 튀어나온 제도가 아니다. 고대 유대인들의 종교, 플라톤의 국가론, 원시 그리스도교의 교리뿐만 아니라 중세와 근세의 사상에서도 이 이상에 대한 추구들을 볼 수 있어, 공산주의는 인간이 정치적·사회적 사색을 시작한 때, 인간이 사회 공동체를 이룬 때부터 이미 싹텄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사유재산제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불평등과 도덕적 타락을 인지하고, 재산의 공동소유를 통하여 더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공동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이상에서 출발한 공산주의는 우리가 지금 떠올리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개념은 아니다.
공산주의 국가는 공산주의 이념에 따라 개인이 재산을 모으는 것을 금지하고, 생산되는 이익을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골고루 나눠 갖자는 경제 체제를 목표에 두고 출발했다. 그러나 이상적인 공산주의는 오래전에 죽고,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공산주의는 정치세력화 한 현대 공산주의, 즉 마르크스-레닌주의로 변했다.
프랑스혁명은 자유·평등·박애를 표방한 민주주의 혁명이다. 이 혁명을 통해 반(半)봉건적 전제 군주제를 몰아내고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내세우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목표로 세운 시민의 자유와 인권은 제도화되지 못하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황제 정권을 초래했다. 더욱이 평등의 이념은 법률 앞의 평등에 그쳤을 뿐, 사회의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지 못했다. 이런 프랑스혁명은 부르주아혁명으로 계급집단의 권력에서 해방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 개인의 권력에 예속되는 결과를 초래해 공산주의 운동에 정신적 기반을 제공하였다. 공산주의 국가는 공산주의에서 내세운 이념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모든 사람이 재산을 골고루 나누어 갖는 것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무시했다. 배분에서도 완전한 평등 배분은 이루어질 수 없었고,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점으로 내세운 공동 생산한 생산품을 생산자에게 배분하고 난 나머지 잉여분은 생산노동자에게 돌아가게 하지도 못하고 여전히 자본가나 권력자에게 귀속되었다. 이런 모순을 정당화하기 위해 완전 평등 분배에서 능력에 따른 노동과 노동에 따른 분배로 전환됐으며, 공산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평등 개념에서 계급제의 혁명적 독재의 필요성을 내세워 국가가 시작되는 초기부터 평등이 변질되었다. 혁명을 위한 독재는 평등을 이용한 착취의 동력이 되었다. 이 착취는 독재를 더 강력하게 하는 힘이 되었고, 더 높은 권력의 자리로 올려 공산주의를 무력화시켰다.
자본주의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재산을 모으고 쓸 수 있는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큰 부자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평생 가난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노동력에 의해 생산된 부는 어느 정도 공평하게 나눠 분배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자본가에게 더 많이 분배되어 소유의 양극화는 더 심화된다. 자본주의에서는 이런 불평등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더 높은 자리를 점유해 우위에 있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야 한다고 믿는다. 높은 자리에 못 가더라도 이는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으로 받아들이고 타인의 높음을 인정한다.
▶ 지혜!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욕망을 향한 질주는 자본주의 이념이면서 진화론에 속한다. 자연에서는 ‘타에 비해 적응력이 좋은 자가 살아남게 되어 결국에는 승자가 되고, 종을 지배하는 지배자가 된다’는 ‘진화론’은 자본주의의 이념과 맥을 같이한다. 능력이 좋은 자가 우위에 서고, 사회를 지배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는 진화론과 자본주의를 단단한 기초위에 세웠다. 이런 진화론과 자본주의라는 아름다운 기초를 세운 우리 사람들에게 공산주의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모두가 평등하고, 공평함을 주장한 공산주의는 자본주의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소련의 붕괴는 정치의 부재가 아니라 예견된 것이었고, 지금 유지되고 있는 공산주의는 붕괴를 막기 위해 더욱 강력한 독재를 필요로 하는 사회주의로 전환되었을 뿐이다. 공산주의는 자본주의를 이길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님의 위치를 향해 꿈을 꾼 아담의 사과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에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본주의적 사고를 지녔음을 말해주고 있다. 에덴에서 사람이 사과를 먹는 행위는 우위를 점유하려는 자본주의적 갈망을 말한다.
하나님은 낮은 자를 높이시고, 지혜 없는 자를 지혜 있게 하셔서 높은 자를 낮추고,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신다. 이는 낮은 자가 갑자기 돈을 벌어 높아지고, 지혜 없는 자의 머리에 지식이 쏙 들어가 지혜롭게 되는 공산주의적 평등을 말한 것이 아니다. 또한, 어느 날 갑자기 능력자가 되어 비교 우위에 서는 자본주의적 우세함을 말한 것도 아니다. 낮은 자는 여전히 낮은 그 위치에 그대로 있고, 지혜 없는 자도 지혜 없는 그대로 그 위치에 있을 뿐이다. 하나님은 낮은 자는 여전히 낮은 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게 행하고, 거룩하게 행하며, 복음을 통하여 기뻐하는 삶을 살게 해 낮은 자를 높은 자보다 더 높아지게 하고, 누가 봐도 여전히 지혜롭지 못한 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의롭게 행동하고, 거룩함을 향해 살며, 복음을 전파하는 걸음을 걷게 해 지혜 있는 자보다 더 지혜로운 자가 되게 하신다.
높고 낮음과 지혜 있고 없음은 서로 똑 같도록 한 평등한 분배에 의해 해결되지 않고, 우월한 능력을 부여해 줌으로써 해결되지도 않는다. 단지 살아가는 삶의 방향에 의해 높은 자보다 더 높아질 수 있고, 지혜로운 자보다 더 지혜로울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삶은 사람에 의해서는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고, 오직 하나님에 의해서만 가능함을 태초 인간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에서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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