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극의 시대1
갑자기 철판 조개구이가 먹고 싶었다.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서너 군데 맛집이 떴다. 상무지구 중심 먹자골목에 있는 철판구이집을 선택했다. 오랜만에 조개를 넣은 음식을 양껏 먹을 기대를 하며 갔다. 인기평점에 어울리게 다양한 조개와 야채가 철판 한 가득, 차림새가 풍부하고 품격 있어보였다. 철판에서 야채가 익어가고, 조개껍질이 벌어지면서 양념이 된 속살이 보일 때에는 입에서 침이 돌았다. 드디어 뜨거움을 참아가며 야채와 조개알을 한 입 가득 넣었다. 무척이나 짰다.
주꾸미가 먹고 싶어 검색을 했더니 상무지구 소각장 근처에 인기 만점 맛집이 나왔다. 주꾸미 머리 쪽에 들어있는 쌀알모양의 알이 입에서 톡톡 터지는 상상을 하면서 그 맛집을 찾아갔다.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딱 봐도 인기 만점임을 알 수 있었다. 나보다 일찍 와 선 줄이 100명은 넘었다. 평소 같으면 줄 안서고 발길을 돌리는 편인데 이날은 특별히 선택한 집이라 “뭐가 이리 많아, 얼마나 맛이 있어서...!”라며 백 몇 번째에서 줄을 섰다. 기다리고 기다리니 줄지 않을 것 같던 긴 줄이 줄었다. 난 이상하게도 식당 입구에서 기다리면 입맛이 없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식당에서의 기다림은 이게 세 번째일 뿐이다. 중국 상해의 유명한 만두집에서 500번째쯤 선 줄, 신안 꽃구경 갔다가 딱 한 곳뿐인 식당에서 한 시간 반 기다린 줄, 그리고 이 줄이다. ‘인내는 성공의 어머니.....’, 고등학생 때 책상머리에 붙어있던 글이 떠오를 정도로 인내의 시간이 지나니 드디어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린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잘 익어가는 붉은 비주얼의 주꾸미는 침이 돌게 했다. 드디어 나도 기대하며 한 입 먹어본다. 무척이나 매웠다. 입술이 부르텄다.

▶ 자극의 시대2
유튜브에 다양한 종류의 영상들이 많이 올라온다. 농사짓는 법, 농사짓는 모습, 농사지은 결과.... 고기 잡는 모습, 고기 잡는 방법, 고기 잡은 결과.... 주식투자 기법, 주식투자 종목, 주식투자 시기.....당뇨의 원인, 당뇨의 치료, 당뇨에 좋은 음식, 당뇨에 좋은 약초... 찾아보면 내게 필요한, 도움이 되는 유익한 영상들이 수도 없이 많다. 정보를 얻기 위해 별도의 지정된 장소를 찾지 않아도 되고, 예약된 시간에 맞추지 않아도 되며,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공유 콘텐츠들이다. 동영상 위주의 유튜브 콘텐츠뿐만 아니라 사진과 영상 및 글을 공유하는 카톡, 인스타그램, 틱톡 등 여러 공유 서비스들이 많다. 이렇게 다양하게 쏟아지는 정보의 물결을 잘 이용하면, 백과사전이 없어도,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자신에게 유익한 자료들을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홍수 환경 속에서, 정보를 소비하는 소비자를 지나 정보소비의 소모품으로 전락한 사람도 있다. 정보소비의 소모품으로 향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이기에 극단적인 영상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몇 달 내내 욕으로 일관된 영상을 찍어 올린 사람에게 소모되는 사람, 극단의 낭떠러지에서 영상을 찍다 삶을 마감했다는 사건에 소모되는 사람, 영상을 찍기 위해 태풍 속에서 수영을 독려하는 사람에게 소모되는 사람......이렇게 소모품으로 전락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자극적인 사건을 소모하는 소모품으로 전락하도록 유도하는, 더 특별한 영상들도 많아진다.

▶ 자극을 부추기는 낚시꾼
스마트폰 뉴스를 열자마자 “‘차유람 남편’ 이지성......”, “장례식장서 잠든 친구 부인 유사 강간한 남성......”, “‘文가 아들’.....”, “文 수박 써는 훈훈한.....”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 앞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사실을 담담하게 올려야 할 신문 제목에서도 사건을 소모하는 소모품들을 낚는 낚시질이 한창이다. 신문에서조차 낚시질하는 형국은 정보를 소모하는 소모품으로서의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또한, 소모품으로서의 사람을 양산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냥 이지성이가 그랬다고 하면 될 것인데 앞에 ‘차유람의 남편’을 붙인다. 대표적인 기래기로서의 표현이다. 장례식장 일은 안 써도 국민들은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을 뉴스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로 하여금 소모품이 되어달라고 하소연 하듯 외치며 낚시질 중이다. ‘文’이라는 표현은 기자 자신의 개인적 가치관에서의 문장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나 공공 성격인 신문에서는 잘했든 잘못했든 한 나라를 대표한 대표자였던 사람으로 대해야한다. 그래야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나를 대표하는 대표자로서 일했는데 동네 똘마니로 표현된다면, 결국 나를 동네 똘마니로 취급한 것이다. 처음 믿음과 다르게 설사 동네 똘마니처럼 행했다 하더라도 공적으로는 대표자로 대해야 한다. 그게 문화를 앞세우는 사람의 품격이다. 대중매체들은 자존심을 버린 채, 이와 유사한 영역에서의 소재들을 이용하여 소모품들로서의 삶을 부추기고 있다.
먹을 것이 넘쳐서 평범한 음식은 식상해졌는지 극단적으로 짜고, 극단적으로 맵고 그런 자극적인 음식이 검색 순위 앞자리를 차지한다. 다양한 양질의 정보에 식상해졌는지 극단적으로 자극적인 영상이 구독률 순위에서 앞자리를 차지한다. 다양한 양질의 일상적 정보에 식상해졌는지, 너무 많은 제목에 노출되어서 그런지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제목의 글이 구독률 순위에서 앞자리를 차지한다.
자극적인 것을 향해가는 소모품으로서의 삶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것을 향해가는 주인공으로서의 삶과는 상반된다. 그렇기에 소모품으로서의 삶은 기독교적이지 않다. 여기저기서 소모품으로서 살아가기를 강요하는, 소모품이 되어야 한다고 우기는 영상, 글, 사진들이 넘쳐난다. 분별이 확실하게 요구되는 시대다. 오늘 뜬 제목들이 나를 소모품으로 부르고 있는지, 진실한 정보의 수혜자로 부르고 있는지 특별한 지혜가 없다할지라도 제목을 보면 그냥 알 수 있다. 내가 낚시꾼의 제목을 클릭한 순간 나는 스스로 소모품이 된다. 다 알면서도 낚인다면 스스로를 소모품이라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낚시꾼의 제목은 클릭도 말아야 한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