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증가 시대의 학습
인구증가가 폭발적일 때에는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구의 자연적 증가로 신발과 양말의 수요, 목욕할 장소의 수요, 교실과 교사의 수요, 연필과 공책의 수요 등 산업 전반에서 생산시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일자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 인구증가 사회에서는 단순 직종뿐만 아니라 중견, 고위직 관리자도 더 많이 요구 되었다.
인구증가가 폭발적인 그 시기에는 국가 경제가 어려웠고 가정생활도 여유롭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농어촌에서 태어났고, 그중 일부는 도심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때, 일반 서민 부모의 보편적 희망 사항은 자식이 공부 잘 해, 커서 집 한 채 마련하고, 안정된 직장에 다니면서, 결혼해 아이들 낳고 오순도순 잘 사는 것이었다.
인구증가 시기에는 산업의 팽창과 함께 신산업이 급격하게 등장하던 시기였다. 매년 새로운 산업시설들이 늘어나니 새 산업에서의 일자리 또한 대폭 늘었다.
이런 인구증가 시기에는 일자리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보편적인 직장만으로도 만족하던 사회 환경으로 인해 적당한 실력만 있으면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가 쉬웠다. 이때, 대학에 들어간다는 것은 중견 고위직으로 입문하는 사회적 지위의 상승을 의미했지만, 부모는 경제적 어려움과 적당한 직장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공부에 소질을 보이지 않은 자녀의 공부에는 크게 집착하지 않았다. 부모는 자녀가 공부를 잘하더라도 학교생활 외에 엄청난 사교육비를 쏟아붓지는 않았고,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학생 대부분이 대학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을 뿐이었다. 인구증가로 학생이 많기에 경쟁이 더 심할 것 같은 시기였지만, 실제로는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산업현장에 진출한 학생이 많았기에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자동으로 경쟁자를 절반 정도는 걸러낸 꼴이 되었다. 학생 전체로 보면 명목적 경쟁은 심했지만, 질적인 경쟁은 그리 높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입시 준비는 본격적으로 고2부터 했으며, 그동안 놀다가 고3 때 마음을 다잡고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 경우도 허다했다. 이 시대 최상위 학생들의 공부는 90점을 넘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역량이 있는 학생들은 두 번 정도 배운 것을 반복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두 번 반복은 해당 학년 때 열심히만 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분량이었다. 그래서 극히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은 해당 학년에 진급해서 그 학년의 교과 내용을 배우고 복습했다.
▶ 인구감소 시대의 학습
학생 인구가 감소하는 지금은 거의 모든 분야의 수요 또한 감소했다. 당연히 양말 공장, 신발 공장, 연필 공장 등 기존 산업이 감소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일자리뿐만 아니라 고위직 일자리도 줄어든다. 또한, 지금은 전반적으로 생활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어 보편적인 직장으로는 직업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좋은 직장(직업)을 갖기 원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생 수는 줄어 양적 경쟁은 줄었지만, 상대적인 질적 경쟁은 심화 되었다. 이 시기에 학생들은 좁은 영역에서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누가 더 많은 공부를 하느냐는 양적 싸움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 이는 어떤 학생이 두 번 반복했다면 이 학생을 이기기 위해서는 세 번을 반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두 번은 인구증가 시대에 최상위 학생들이 했던 양이다. 지금은 결국 상대적 우위에 서기 위해 공부하는 양을 늘리는, 규모의 경쟁을 하는 쪽으로 치닫고 있다. 세 번, 그 다음은 네 번, 또 그 다음은 다섯 번…. 끝을 모르는 ‘규모의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그 학년의 공부를 그 학년에 올라와서 하는 경우가 드물다.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내용을 공부하는 경우도 많다. 학습에서 수준에도 맞지 않는 고된 ‘규모의 경쟁’은 밥 먹고, 잠 자고,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 즉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행복한 삶을 위한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 부모의 자동차 안에서 저녁을 김밥으로 급히 때우는 모습은 이 ‘규모의 학습시대’를 대변한다.
▶ 학생은 언제 인생을 즐기나?
학생은 언제 편히 밥 먹고, 깊은 잠 자고, 공차고, 친구와 놀 수 있을까? 이런 절박한 학생 환경을 이용하여 학교나 학원에서 별 효과 없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소중한 시간과 경제를 약탈하는 경우가 많다. 별 효과 없는 공부로 몇 번을 반복하게 하면서 놀지 못하고, 편히 밥 먹지 못하고, 깊은 잠 못 자고, 공 찰 수 없게 한다. 지금 규모의 경쟁에 돌입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효과 있는 공부방법이다. 학생에게 공을 찰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효과 있는 공부방법의 제시는 인간성 회복뿐만 아니라 지적역량의 효율적 확대를 의미하므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학생들이 인간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권리들을 누리도록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꼭 필요한 교육적 요소들을 간과하거나 없애버리는 경우가 있다. 사교육을 조장하는 부작용이 있으니 대입에서 ‘자기소개서는 없애버리자’라는 방식은 중요한 교육의 본질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학생의 인권은 ‘학생이 성장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했을 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제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이 실제 인격이 되고,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올바른 인권이 될 확률이 높다. 사회에 나갔을 때, 우리가 소위 말하는 착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이루고 싶은 역량이 키워지지 않았다면 이는 자존감 저하로 나타나고, 결국 자신의 인격권 낮음이라는 자의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학생의 인격권을 세우고, 인간으로서 인생을 즐길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학습방법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 선생님, 교수, 교육 관계자, 교육과 관련된 공무원, 정치인 모두 학생의 인격권을 지키고, 학생이 즐겁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본질에서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 또한, 자녀에게 어쩔 수 없으니 힘들겠지만 참고 지금 양적 규모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질적으로 효과적인 학습법을 찾고 간절히 요구해야 한다. 이를 향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어야 한다. 이는 부모가 방법을 찾을 수 없을지라도 정부와 전문가에게 방법을 찾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교육관련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학생을 살려야 한다는 시대의 의무를 짊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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