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1
‘자유’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니 “첫째,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둘째, 법률 범위 안에서 남에게 구속되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위, 셋째, 자연 및 사회의 객관적 필연성을 인식하고 이것을 활용하는 일”로 나와 있다. 자유는 인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 가치이다. 자유를 박탈당한 인간들의 저항에 대한 기록은 인류 역사에 수없이 나타난다. 목숨을 잃어가면서까지 자유를 지키려 했던 저항... 이런 저항의 관점에서 보면 자유는 목숨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자유’는 인간의 생활에서 너무나 소중하고 반드시 수호해야 할 덕목임이 틀림없다.

▶ 자유2
어떤 행위가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 행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지를 당한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피해를 주는 사람의 자유가 박탈당하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자유의 박탈에 대한 대표적인 예다. 담배에서 나오는 연기에는 건강에 해로운 물질이 많아 함께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음식점이나 카페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흡연자의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자유가 박탈당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담배를 피우려는 사람은 식당이나 카페 안에서 밖으로 나와 허용된 공간에서 담배를 피운다. 밖으로 나오면 담배를 피울 자유를 되찾게 된다. 이는 두 번째 자유의 개념과 관련이 있다.
요즘 길거리 구석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띈다. 강력한 규제와 타인의 눈초리가 귀찮아 담배를 끊은 사람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우던 시절보다 더 자주 눈에 띄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이 규제로 인해 밖으로 나와 피울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담배 피울 자유를 억압당한 사람은 담배를 피울 자유를 보장해줄 장소를 찾아 나선다. 이런 장소는 건물 뒤쪽이나 길가 모서리 진 곳으로 우중충한 곳이 다수이다. 쉴만하고 적극 추천할 만한 장소라기보다는 뭔가 불편한 곳이다. 가끔 쓰레기통이 널린 지저분한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금지된 실내에서 나와 금지되지 않은 실외의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실외 공간은 법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은 얻되 도덕적인 가치 기준으로부터의 자유는 얻지 못하는 곳이 있다. 교회, 학원, 어린이집 주변이 대표적인 장소다. 금지된 식당에서 나와 금지 안 된 교회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 금지된 카페에서 나와 금지 안 된 학원 입구나 어린이집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는 얻겠지만 도덕적 가치기준에서의 자유는 얻지 못한다. 식당에서 나와 교회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나, 어른들이 있는 카페에서 나와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원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고 정말 잘한다고 박수를 쳐 줄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담배를 피울 사람은 자유의 억압으로 인해 자유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억압된 곳보다 더 억압되어야 할 곳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생각은 단지 법이 허용하는 자유의 공간이라면 그곳이 어떤 공간이든 도덕의 자유는 무시하고, 실제로는 도덕적 개념을 생각조차 못 하지만, 자기 마음대로의 자유를 찾는다. 이들은 세 번째 자유의 개념인 객관적 필연성을 잊었거나 집어던진 것이다.

▶ 자유3
타인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는 자유 생활은 어떤 면에서는 편하고 쉽다. 아무도 안 보는 곳, 늦은 저녁 한적한 곳의 붉은 신호등은 내면의 갈등을 일으킨다. “건널까 말까?” 고민하게 한다. 현장 조건 상 그냥 건너도 무방할 수도 있지만 우리 기독교인은 건너지 않는다. 신앙인이 아니었으면 자기 마음대로 상황을 판단하고 건넜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신앙에 의한 양심이 건너지 못하게 한다. 어떻게 보면 이 신앙의 양심이 자유를 제약하는 하나의 요소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니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유익을 구하라’는 사도바울의 권면은 자유의 역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개인의 기도는 대부분 은밀하다. 기도의 내용은 다양하지만, 자신과 관련된 영역에서의 유익을 추구하는 간구를 포함한다. 전체 중에서 “내 유익을 주시옵소서!”가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내 이웃을 더 사랑하기를 원합니다.”, “내 손길이 필요한 적절한 곳을 찾아 도움 주기를 소망합니다!” 보다는 나와 가족의 건강, 재산의 증식, 일의 잘 됨, 합격, 취직... 등을 바라며 간절히 매달린다. 기도는 자유다. 어떤 내용으로 간절히 매달리든 자유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이용해 돈, 합격, 성공, 건강함을 간구한다. 때로는 이를 위해 새벽을 깨우며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린다. 예수님은 예수님이 보낸 72인의 전도자들에게 귀신들이 항복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되는 것을 기뻐하라고 하신다. 그런데 개인적이든 공적이든 사람들이 구하는 기도는 나 또는 우리가 귀신을 항복시키는 능력을 지니기를 바라는 쪽에 가깝다.
신호등을 지키는 일은 자유의 제약이다. 그런데 이 양심에 의해 진짜 자유가 시작된다. 늦은 밤 녹색 신호등일 때 자유롭게 지나갈 자유는 붉은 신호등에서는 가지 말기를 요구한 자유의 제약으로부터 비롯된다.
나는 기독교인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내 입에서 나오는 기도는 내 마음대로의 자유를 사용하는 “ ~ ~ 유익을 주시옵소서!”가 대부분이다. 내 기도의 내용을 살펴보면 마치 카페에서 나와 교회나 학원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이중성처럼 ‘자유’를 자의적으로 사용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된다는 자유보다 귀신을 항복시키는 자의적 자유에 치중한다. 법을 지키기 위해 카페에서 나와 학원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자의적 자유함을 보면서 나는 나에게 주어진 법률을 지키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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