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유주1

생명체의 생명유지는 땅으로부터 시작된다. 땅을 기반으로 생활 터전을 형성하고, 땅으로부터 생명활동에 필요한 양식을 얻고, 땅을 기반으로 사회 교류가 이루어지는 등 삶의 기본 요소는 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땅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살아가는 중요한 거점이다. 그러니 땅은 곧 생명이라는 동등성이 부여될 정도로 소중한 것이다. 자신이 살아갈 터전의 중요함은 사람만 인지하는 것이 아니다. 사자, 호랑이, 늑대와 같은 야생동물은 자신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역을 점유하고, 매일 경계지점을 돌며 영역을 지키는 수고를 한다. 타자가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면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걸기까지 한다.
사람은 나누어지지 않고 모두 연결된 땅에 경계선을 그려놓고 이쪽은 내 것, 저쪽은 네 것 이라며 각 영역의 소유주를 정한다. 일단, 땅의 소유주가 되면 그 영역의 운영 권리는 소유주가 갖게 된다. 그러다 어떤 원인에 의해 소유주는 타인과 거래를 통하여 이 땅의 소유권을 넘기게 된다. 거래를 통해 땅의 권리를 획득한 소유주와 땅의 경계선을 긋고 획득한 소유주가 생각하는 땅의 ‘소유’ 개념은 서로 많이 달라진다.

▶ 소유주2

미국 개척시대에 아메리카로 건너간 사람들이 봤을 때, 땅이 넘치고 넘쳤다. 이쪽도 저쪽도 소유주가 정해지지 않은 땅이 널려있었다. 맘에 들면 거기다 집을 짓고 터전을 잡으면 자신의 영역이 되었다. 총을 들고 지킬 수만 있다면 무한정일 정도의 넓은 영역까지도 소유주라 주장할 수 있었다. 어떤 지역은, 지역 주민의 합의 하에 하루 동안 자신의 깃발을 꼽고 돌아온 영역에 대해 소유권을 인정했다. 욕심을 너무 부려 영역을 넓게 잡아 출발점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 너무 무리한 나머지 돌아오는 길에 죽은 사람, 돌아오다 지쳐 중간에 쓰러진 사람 등 소유권을 얻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책이나 영화에 회자될 정도였다.
서부 개척시대에 땅의 경계선은 깃발이었다. 한 바퀴 돌기 전에는 소유주가 없었다. 땅의 소유권은 단지 한 바퀴 빙 돌아 출발점에 오는 것으로 충분했다. 소유권을 획득한 이유야 어떻든 일단, 땅의 소유주가 되면 그 영역의 운영 권리는 소유주가 갖게 되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소유주가 자신의 소유권을 자녀에게 넘겼다. 땅에 깃발을 꽂고 획득한 소유주의 ‘소유’라는 개념은 유산으로 상속을 받은 소유주의 ‘소유’라는 개념과는 많이 달라진다.

▶ 소유주3

땅에 경계가 없고, 주인이 없던 상태에서 땅을 소유한 소유주는 처음에는 그 땅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 그렇기 때문에 땅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 보다는, 동물의 왕 사자가 자신의 영역을 인지하여 그 영역을 지키는 것처럼, 운영 권리를 얻었음에 가치를 두었을 가능성이 크다. 영역권을 소유한 후에도 사자의 지킴처럼 여전히 총을 들고 자신의 영역을 방어해야 했다. 그러나 소유권이 자녀에게 유산으로 넘어가거나, 거래를 통해 넘어가게 되면 사자가 지키는 영역의 권리와는 거리가 먼 ‘주인’으로서의 의식을 갖게 된다. 이런 조건의 상태에 도달하면 총 들고 권리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이미 내 것이 된 것이다. 영역권의 권리만 갖는 소유주가 아니라, 그 땅 자체가 자신의 소유가 된 것이다. 즉, ‘주인’이 된 것이다. 이 땅이 대를 이어 상속되거나 거래를 통하여 소유권이 넘겨지면 ‘영역 이용에 대한 소유권’은 그 땅의 ‘주인’으로 바뀌면서 점점 더 주인이라는 권리 의식을 굳혀 가게 된다.

▶ 소유주4

땅은 처음부터, 태초 이후부터 늘 거기에 있었다. 인간이 만든 것도 어떻게 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땅은 인간 그 누구의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지금 땅을 소유한 등기인은 그 땅의 주인은 자신이며, 자기의 것이라고 말한다.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의식과 무의식 깊은 곳에서 ‘주인’이라고 확신한다. 자신이 땅의 주인이 된 순간 인간은 더 주체적이 되었다. 마치 없었던 땅을 자신이 만든 것과 같은 권리가 있다는 주체성을 지니고 있다. 내 땅은 결코 다른 주인이 존재할 수 없고, 지금 등기부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자, 바로 자신이 주인이라는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다.
땅은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다. 사람은 그 땅에 발을 딛고, 그 땅을 기반 삼아 살아간다. 땅에 살아갈 동안 땅을 운영하는 권리가 있을 뿐,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이니 사실 주인은 아니다. 돈을 주고 거래를 통해 운영 권리를 갖게 되었든, 아니면 상속을 통해 권리를 갖게 되었든 어떤 경우라도 주인은 아니다. 땅은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으니 주인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인간이 ‘주인’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되어 있는 땅에 대한 개념을 ‘주인’에서 ‘잠깐 운영하다 가는 자’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독립된 주체자가 아닌 예속된 주체자로서 서게 되고, 이는 사람의 본질을 찾은 것이므로 영과 마음이 자유로워지리라 본다.
땅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한 시대다. 영역으로서의 권리 획득이 아닌 내가 주인이 된다는 것으로서의 권리 획득을 위한 집착이다. 기독인이라고 이 ‘주인’의 집착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