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과 잼

물은 섭씨100도에서 끓는다. 우리는 물이 끓고 있는 모습을 보고 “보글보글”이라 말한다. 물이 끓는 모습은 빠르게 휘젓거나 뒤집어지며 소용돌이치는 모습으로, 끓는 소리까지 남긴다. 물이 끓고 있는 도중에 불을 끄면 바로 그 끓음을 멈춘다. 딸기잼을 만들기 위해 가열할 때, 원하는 잼이 거의 다 된 진한 상태에서는 이곳저곳에서 볼록볼록 솟아오르며 끓는다. 잼의 끓음은 물처럼 소용돌이치듯 보글거리지 않기에 역동적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끓는다”는 것은 물체가 열을 받아 모든 부위에서 기체가 되어 위로 솟아오르는 상태를 말한다. 물이 든 그릇을 가열하면 그릇의 맨 밑바닥에 있던 물이 열을 받아 기체가 되면서 빠르게 솟아오르기 때문에 뒤집어지듯 소용돌이치는데 우리는 이를 보글보글이라 한다. 물을 가열하면 소용돌이치며 보글보글 역동적으로 끓을 수 있는 이유와 불을 끄자마자 끓음이 멈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은 꿀이나 딸기잼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점성이 매우 작다. 물이 든 그릇을 가열하면 당연히, 그릇 밑바닥에 닿아 있는 물이 먼저 가열된다. 이때, 가열된 물이 위로 올라가는데, 물은 점성이 작기 때문에 바로 위로 밀고 올라가게 된다. 물을 가열하여 기체가 되면, 물은 점성이 작아 기체가 빠르게 올라가므로 보글거리며 소용돌이를 친다. 이에 비해 진한 딸기잼, 죽, 양갱, 갱엿 등은 점성이 크기 때문에 가열된 부분의 물질들이 위로 쉽게 올라가지 못해 소용돌이치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볼록볼록 솟아오를 뿐이다. 불을 끄면, 가열된 물은 빠르게 올라왔기 때문에 더 이상 올라올 것이 없어 끓음이 바로 멈추지만, 잼처럼 점성이 큰 물질은 올라오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끓음은 바로 멈추지 않고 잠시 동안 지속된다.

▣ 눈과 손과 발

눈은 머리에 두 개 있다. 머리에서 얼굴을 이루는 앞쪽에 위치해 있다. 손은 몸통에 두 개 있다. 몸통에서 위쪽에 붙어있다. 위쪽에서도 양 옆 쪽에 붙어있다. 다리는 몸통에 두 개 있다. 몸통에서 아래쪽에 붙어있다. 몸통 아래쪽에서 몸통과 바로 연결되는 구조로 붙어있다.

눈은 누가 봐도 앞쪽에 있음을 딱 알 수 있다. 옆이나 뒤통수에 달려있는 눈은 절대 없다. 특히 사람의 눈은 완전히 정면을 향한다. 손은 몸통 옆쪽에 달려있지만 방향은 옆을 향하지 않고 앞을 향한다. 발은 몸통아래에 바로 붙어있지만 발 역시 앞을 향하고 있다.

▣ 마음의 점성

물은 점성이 작기 때문에 가열되고 있는 그 순간에는 소용돌이치듯 뒤집어진다. 반면 잼이나 죽은 점성이 크기 때문에 소용돌이치듯 뒤집어지지 않고 느긋하게 보글거린다. 신앙은 예수님을 향한 간절함이 버무려진 마음의 점성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경건한 예배를 드리고,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찬양하며, 얼마나 큰 간절함을 바탕으로 서로 교제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지에 대한 마음이 어우러진 점성이 신앙심의 한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안에 이 간절함의 점성이 얼마나 강한가에 의해 우리의 행동이 결정되지 않을까? 점성이 약하면 불에 의해 소용돌이치듯 화려하게 끓다가도 불을 끄면 즉시 끓음을 멈추는 물처럼 외부 조건에 의해 쉽고 크게 흔들리고 휘말리지 않을까?

▣ 마음이 향하는 곳

보는 눈, 행동하는 손, 향하는 발 모두 앞을 향하고 있다. 우리의 신체 구조는 분명하게 뒤가 미심적거나 불길한 마음이 들면 뒤를 돌아보되 이상이 없으면 그것으로 끝내라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험한 산길을 가는데 뒤가 불안하다고 계속 뒤만 바라본다면 앞으로 갈 수가 없다. 오히려 뒤를 버리고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야 불안을 지우고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다. 삶에서도 뒤를 계속 붙들고 늘어지면 오늘을 살아가기가 어렵다. 십년 전 그것을 가지고 매달린다면 어떻게 즐거운 오늘을 갈 수 있겠는가? 우리의 몸 구조는 뒤는 잠시 보되 언제나 앞을 향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는 분명한 모습이다. 어제에 매면 앞으로 갈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용서하지 않고 가는 길은 앞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슬픔, 배신, 억울함, 이간질은 모두 과거의 것 즉, 앞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뒤에 있는 것이다.

▣ 참 어려운 일

잼을 만들 때 처음 점성이 약할 때는 쉽게 졸아들지만 점성이 큰 나중에는 쉽게 졸아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용돌이치듯 끓지도 않는다. 하나님을 향한 마음의 점성을 키워야 하는데 참 어렵다. 점성이 약해 확 소용돌이쳐 금방 도착지에 도달할 것 같은데 또 금방 멈춰버리기 일쑤다. 이런저런 뒤 것에 매지 않고 앞을 보고 가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기억의 끈은 뒤에 것을 얽매고 놔주지를 않으니 앞으로 가기 참 힘들다. 여러 가지로 참 힘듦 속에 있는 나 또한 현재의 본 모습이다.

마음의 점성을 키우는 일, 뒤엣것을 버리고 앞을 향해 가는 일 모두 나에게는 감당하기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오직 기도만 있을 뿐이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