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
방치된 돼지우리 안은 정말 지저분합니다. 우리 안에 넣어준 지푸라기와 쌀겨는 오줌으로 범벅되어 질척거리고, 싸 놓은 똥은 냄새를 풍길 뿐만 아니라 돼지의 몸에 덕지덕지 붙어 볼썽사납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런 상태에 있는 돼지를 위하여 자신의 집을 팔아 돼지우리의 환경을 개선했습니다. 돼지의 배설물이 즉시 치워지고, 우리와 돼지의 몸이 자동으로 씻어지도록 하고, 공기청정기와 온도조절기를 다는 등 호사한 시설을 꾸몄습니다. 보호를 받은 돼지는 깨끗하고 번질번질 윤기가 흘렀습니다. 이 주인은 깨끗하고 번질거리는 돼지를 보면서 콧노래를 부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돼지 깨끗하지, 저렇게 깨끗하고 번질거리는 돼지 봤어"라며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주인은 “나는 이런 돼지를 키우는 사람이야”라는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이 주인에게 돼지는 자신의 자부심이자 영광과 찬송을 받을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주인이 잠시 동안 신경을 쓰지 않으면, 바닥은 오줌과 똥으로 질척거리고, 돼지 몸에는 오물이 붙는 등 더러운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지저분해진 돼지는 주인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주인의 영광을 가리고 자부심을 땅에 팽개치게 합니다. 돼지가 깨끗하고 번질거릴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게도, 주인의 투자에 의한 환경 유지뿐입니다. 돼지는 주인이 아무리 자기를 잘 보살피더라도 주인의 집을 팔아 자기를 돌 볼 정도로 관심을 두고 있으며, 자기가 주인의 영광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또한, 주인이 자기에게 어떤 상태에 있기를 바라는지 그 의도를 깨닫고 감사하며 스스로 몸을 청결하게 씻고, 털을 빗고, 우리를 청소하고 관리할 리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깨끗한 돼지를 통해 영광과 찬송을 받겠다는 것은, 주인 스스로 주변의 웃음거리가 되겠다는 것일 뿐입니다.
▶사람
방치된 사람은 정말 지저분한 상태에 있습니다. 타인을 속이고, 간사한 곳으로 유혹하고, 세상의 온갖 풍조에 밀려 요동하게 합니다. 마음에 허망한 것으로 행하고, 자신을 방탕에 내버려 두고, 욕심과 썩어져가는 풍조를 따라 악독과 노함과 분냄과 떠들며 비방하는 것에 빠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사람을 자신의 영광의 대상으로 삼으셨습니다. 우리를 자신의 영광의 대상으로 삼기 위하여 스스로 희생을 자처하셨습니다. 하늘로부터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우리가 이 희생의 피로 자녀가 됨으로서 하나님 앞에 흠 없고 깨끗한 모습으로 서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선 이런 우리를 보시고 “이렇게 착하고, 흠 없고, 정직하고, 성실하며 깨끗한 사람 봤어”라 하시며 자랑이 넘치십니다. 지저분한, 죄인인 사람을 깨끗하고 흠 없게 하여 자녀로 삼으신 일은 은혜로 말미암은 참으로 선한 일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하신 이 일의 완수를 위하여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지어진 자들입니다. 하나님의 선하신 일의 대상으로서 깨끗한 모습으로 서 있을 때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며 찬송을 받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영광의 대상으로 택함을 받고, 예정대로 선택되어 은혜를 받은 사람이, 그 은혜를 깨닫지 못하거나, 그 은혜를 잊어버리고 과거의 방탕한 죄에 빠진다면 하나님의 선하신 일은 영광을 받지 못하고 웃음거리로 전락합니다.
▶돼지와 사람
돼지에게 몇 년 동안 교육을 시키고, 훈화를 하고, 눈물로 호소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도, 주인의 의도를 깨닫게 할 수 없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돼지가 다시 더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돼지가 더러워지면 집을 팔아 돼지우리를 개선한 주인이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돼지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돼지는 주인의 의도를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의 지혜와 계시의 영을 받은 사람은 하나님의 구원의 의도를 알 수 있고, 결국 알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의도를 파악한 사람은 스스로 깨끗함을 유지하려 애를 씁니다. 그러다 능력이 부족함을 느끼면 고민하거나 하나님께 간구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합니다. 간구를 통하여 감사와 충성스러움을 보이는 이런 사람은 하나님의 선하신 일의 의도를 드러내므로 영광의 대상이 됩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의도를 저버리고 다시 지저분해진다면 이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 뿐만 아니라 그 사람도 지탄을 받아 마땅한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돼지는 원래 그러기에 주인의 영광의 대상도 아니고, 돼지 자체를 비난할 수 있는 비난의 대상도 아닙니다. 돼지의 경우는 오직 주인만이 비난의 대상이 되므로, 만일, 돼지가 지저분하게 되더라도 돼지는 징벌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원래부터 하나님을 알도록 지어졌기에 하나님의 영광의 대상이며, 사람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고, 징벌의 대상입니다.
요즘 하나님의 영광의 대상에서 떠나 세상 풍조에 휩쓸려 스스로를 드러내려는 사람들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욥이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할 때 하나님은 사방 땅을 두루 돌고 온 사탄 앞에서 스스로 영광이 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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