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8절을 보면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요한에게 예수께서 그동안 하신 일들을 다 보고했다고 합니다. 그때 요한은 감옥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제자들이 감옥 밖에서 일어난 일들을 요한에게 보고한 것입니다. 요한은 이 보고를 듣고 “이분이 진짜 메시아이신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요한은 제자 둘을 예수님께 보내서 여쭈었습니다. “오실 그이가 당신입니까? 아니면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려야 합니까?” 사실 세례 요한의 이 질문은 대단히 뜻밖의 행동입니다. 왜냐하면 요한은 이미 예수님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요한은 예수님께 이런 질문을 했을까요. 예수님의 사역이 자신이 기대했던 메시아 사역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요한은 자신만의 메시아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누가복음 3장에 나오는 요한의 설교를 보면 요한이 생각한 메시아상은 심판의 메시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요한의 질문에 대하여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가서 보고 들은 것을 요한에게 알리되,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먹은 사람이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고 하라.” 이것은 선지자 이사야가 전했던 메시아 시대의 현상입니다(사 35:5-6, 61:1). 그러니까 예수님의 대답은 “내가 메시아인가 아닌가를 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내가 하는 일을 보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실족하지 않는 자는 복이 있다(23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족한다는 것은 예수님을 메시아가 아니라고 오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한은 예수님의 대답을 알아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메시아상을 버리고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였습니다. 요한은 복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실족하여 복 없는 사람이 된 자들도 있었습니다. 누굽니까? 바리새인과 율법교사들입니다. 5장 17절을 보면 예수께서 사람들을 가르치실 때 이스라엘의 전 지역에서 온 바리새인과 율법교사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예수께서 자신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인가, 아니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장애가 되는 사람인가.”를 확인하고자 모인 것입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메시아는 자신들처럼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친구가 아니라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주셨습니다. 그날 예수님은 말씀 한마디로 중풍병자를 고쳐주셨고, 그것을 본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심히 두려워하며 오늘 우리가 놀라운 일을 보았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바리새인과 율법교사들은 그 놀라운 일을 보면서도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 놀라운 일을 보면서도 자신들의 잘못된 메시아상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을 십자가에 달았습니다. 본문 23절에 말씀하신 바와 같이 ‘실족하여 복 없는 자’가 되고 만 것입니다. 세례 요한과 바리새인들은 각자 자신만의 메시아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한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의 메시아상을 버리고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바리새인들은 자신의 메시아상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누리는 기득권이 너무나 달콤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도 어떤 사람들은 아주 확고한 하나님 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헌금을 많이 하면 복을 주시는 하나님입니다. 기도만 열심히 하면 소원을 들어 주시는 하나님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그냥 가만히 계시다가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시면 된다.”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기가 만든 하나님입니다. 전혀 성경적인 하나님이 아닙니다. 이것은 예수님 시대의 바리새인들이 저질렀던 어리석음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자신만의 하나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신앙을 갖기 시작할 때는 누구나 하나님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 마음 속에 하나님 상을 만듭니다. 그리고 설교를 통하여, 성경공부를 통하여 조금씩 배우면서 올바른 하나님상을 세워나가는 것입니다. 그럴 때 새로 알게 된 하나님의 모습이 이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을 버리고 참된 하나님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복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세례 요한처럼 복 있는 사람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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