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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0(수) 11:34
급식실 ‘엄마’
미션21 phj2930@nate.com
2023년 07월 20일(목) 16:59
박주정 교장
광주광역시 진남중학교 교장
용연학교는 지각생이 많았다. 지각이 문제가 아니라 학교에 등교한 것만도 고맙고 다행한 일이었다. 우리는 쉽게 나타난 현상, 규율에 맞지 않는 행동만 보고 판단하는데 조금만 더 학생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 때론 이런 환경에서도 아이들이 버티고 견뎌낸다는 사실에 숙연해질 때가 많다.
부모가 없거나,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니 일찍 일어날 수가 없었다.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교직원들 모두 아이들이 늦게 오면 늦게 온 대로 받아주고 안아주었다. 환경이 그러니 아침밥은 대부분 먹지 않고 등교했다. 우리는 급식실에 테이블을 놓지 않고 옛날 밥상처럼 편하게 앉아 먹게 했다. 가정집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급식실에서 봉사한 여사님은 학생들을 자식처럼 따뜻하게 대하면서 한 명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를 쓰셨다. 어버이날이었다. 한 학생이 이른 아침에 등교해서 아침밥을 준비하던 급식실로 찾아왔다. 학생은 문을 열더니 급식 봉사 여사님을 향해 “엄마”라고 크게 불렀다. 여사님은 ‘저 학생이 왜 나한테 엄마라고 하지?’ 생각하면서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나 둘러보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다시 “엄마”라고 더 크게 불렀다. 여사님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나니?” 하고 말하자, 학생이 그렇다고 했다. 학생은 문을 닫고 도망갔고, 여사님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여사님이 전하는 ‘엄마 이야기’를 듣고서 그 학생을 찾아봤다. 네 살 때 엄마, 아빠에게 버림받고, 조부모의 집을 전전하다 거기서도 쫓겨나 시설에 머물며 근근이 용연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일까, 엄마 정이 그리워서일까. 엄마같이 대해주시니 어버이날 급식실에 찾아와 “엄마.” 하고 불러본 것이다. 지금도 용연학교를 만들며 엄마 역할을 해주신 그 여사님을 잊지 못한다. 용연학교를 만든 이유도 학생들을 엄마, 아빠처럼 학생들을 대하며, 어떤 경우라도 모두를 안고 가고 싶어서였다. 용연학교보다는 ‘용연가족’이란 말이 설립 취지에 더 가까운 의미일 것이다.
수업 중에도 도저히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은 교실 밖에서 쉬게 했다.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수업하다가도 노래 부를 수 있도록 노래방도 만들어 놓았다. 담배를 끊기가 어려워서 힘들어할 때는 지정된 장소에서 피우도록 묵인해주기도 했다.
사실 처음 용연학교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매우 심했다. 골목이나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우고, 복장이나 머리 모양이 학생인지 건달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주민들 탓만 할 실상도 아니었다. 학생 생활지도에도 신경을 썼지만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데도 나름 정성을 다했다. 교도소에 가야 하는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 단지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하고 이 시기만 지나면 훌륭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우리가 예견한 대로 아이들은 용연학교를 졸업하고 대부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대학을 갔다. 용연학교 출신이라고 의기소침한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말하면서 자랑스럽게 다닌다고 했다. 상처가 지나가고 새살이 돋는 회복의 과정으로 접어든 것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했던 자존감을 높여주고 한 인격체로서 대접한다는 ‘용연가족’의 교육적 결실인 것이다. 졸업생들이 보내온 수많은 글을 보면 버려진 아이에서 괜찮은 아이로 성장한 자긍심이 잘 나타나 있다. 용연학교의 이름의 의미처럼 거친 이무기들이 맑은 물에서 노닐면서 승천한 용이 된 것이다.
미션21 phj293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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