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서
우리는 군중이 있고, 영광이 있고, 명예가 있고, 왕관이 있는 “여기”를 원하나, 주님은 오히려 고난과 죽음의 십자가가 있는 “저기”를 가리키신다. 우리가 주님과 함께 “저기”에 있지 않으면 우리는 주님의 적대자가 되고 만다(눅11:23).
우리 주님의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에서도 제자들은 “여기”를 고집했다. 그들의 “여기”는 졸음과 방종(放縱)의 자리다. 주님은 “저기”에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된 세 번의 기도를 마친 후 자신이 가고자 했던 “저기” 곧 고난과 죽음의 십자가를 향해 함께 가자고 제자들을 독려하셨다(마26:46). 그러나 대부분의 제자들은 “여기”에 붙들려 주님의 “저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도망하였으며, 수제자 베드로까지도 모닥불을 쬐며 주님을 부인, “여기만”을 고집하였다. 주님은 홀로 고난과 죽음의 십자가인 “저기”로 가셨다.
주님과 함께 “저기”로 가지 못했던 제자들은 “여기”의 연약함과 두려움 그리고 불신과 회의로 방황하다가 부활의 “저기”에 계신 주님을 체현(體現)하고 오순절 성령 강림을 통해 “여기”에서 “저기”로 넘어간다. “여기”에서 무기력하고 자주 넘어졌던 제자들이 “저기”에서 큰 권능의 사람들로 변하였다.

우리의 “힌네”와 “샴”
우리는 우리의 ”여기“와 하나님의 “저기”가 공존하는 실존이다. 우리는 언제나 “여기”를 주장하고, 하나님의 항상 “저기”를 가리키신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항상 “여기”에 머물고 싶어 한다(마17:4). 에녹은 엄청난 자기 부정(否定)과 엄청난 하나님의 긍정(肯定)을 통해 하나님과 300년을 동행(히트할레크)하는 “저기”를 선택했고, 노아 역시 자신의 일상인 “여기”를 포기하고 산꼭대기에 방주를 짓는 “저기”를 선택했으며, 모세 또한 안락한 미디안 생활 “여기”를 포기하고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고난 받는 “저기”를 선택했다. 수많은 예언자들도 자신의 “여기”를 버리고 모두 하나님이 지시하신 “저기”를 향해 전 일생을 헌신했다.
“저기”는 엄청난 자기 부인(否認)의 십자가를 넘어 하나님의 비전, 임재, 보좌, 영광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아무나 “저기”로 갈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십자가의 죽음에 넘기지 못하면 갈 수 없는 곳이다(눅9:23, 고후4:11).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항상 “저기”를 향하여 결단하고 실행한다. 어제의 “저기”는 오늘의 “여기”가 되고, 오늘의 “여기”는 또 내일의 “저기”로 향한다. 지금, “여기”와 “저기”가 주님의 십자가 옆의 강도들처럼 거리상으로는 아주 가깝게 느껴질지 모르나, 사실 엄청난 존재론적, 질적 차이가 있다(눅23:39-43, 16:19-31).
우리가 물리적, 공간적으로는 여러 지체들로 구성된 공동체지만, 질적, 존재론적 의미에서 볼 때 “여기”에 머물러 있는 자들과 “저기”로 끊임없이 향하는 자들로 구분될 수 있다. 우리 주님은 지금도 성령의 능력 가운데 우리가 가야 할 “저기”를 끊임없이 가리키고 계신다. “여기”와 “저기”는 당신 안에 공존하고 있다. 어디를 향할 것이냐의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당신은 주님이 이미 보여 주신 “저기”를 향해 결단하고 강력하게 실천하고 있는가?
“여기”와 “저기”는 멀면서도 가까운 거리지만 결코 합치될 수 없는 장소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주님이 지시하신 또 다른 “저기”를 향하여 쉼 없이 전진해야 하리라! (막1:35, 마28:19-20) 지금 당신이 향하고 있는 “저기”는 어디인가?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