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예배에 가도, 안 가도 괴롭다!
교회에 다니는 학생은 시험기간에 큰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린 학생의 입장에서는 등수라는 사회적 압박을 결코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부모님이 괜찮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삶을 자신이 직접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무의식에서라도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 학생으로서는 더욱, 이 압박을 무시하고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기독인이라 할지라도 이 의무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시험기간에 1분 1초라도 시간을 더 짜내야하는 입장인 기독교인인 학생은 주일날 ‘교회’를 가야한다는 것이 매우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면서도 동료들이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쪽에는 불안함이 자리한다. 이 학생에게 예배는 형식이 되고, 의무가 된다. 형식과 의무감에 의한 예배를 드릴지라도 시험공부는 적게 하므로 당연히 등수는 떨어지게 된다. 그렇지 않다는 학생은 솔직히 몇 명일뿐이다. 학생은 교회에 가는 시간동안 공부를 덜 하게 되면 등수가 안 나온다는 것을 잘 알기에 불안감은 “꼭 교회에 나가야 할까”라는 갈등을 낳는다. 마찬가지로, 교회 예배에 빠지고 도서관이나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학생은 ‘교회 예배’에 빠졌다는 죄책감을 갖는다. 교회에 가지 않고 성적이 잘 나오면 소위 우리들이 말하는 좋은 학교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교회 예배보다 ‘시험공부’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죄책감을 떨칠 수 없어 “죄송하지만 시험 잘 보고, 좋은 대학에 가면 그때 다시 열심히 다닐거야”라고 위안을 삼는다. 이렇게 자기에게 위안이 되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교회에 오지 않고 학교에 가서 시험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시험기간에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 학생이나 교회에 가지 않고 예배를 드리지 않은 학생이나 모두 ‘부담감, 죄스러움, 불안함’을 갖는 현실이다.
##줄 세우기, 서열 매기기는 부족함을 의미한다.
서울대학교입학이나 대기업취직처럼 사람들이 서로 나눠가져야 하는 어떤 양(것)이 사람 수에 비해 부족한 경우나, 특히 누구나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의 양이 부족한 경우에는 부득이 우선권을 가진 사람부터 제공된다. 이런 경우의 우선권은 서열매기기를 강화시킨다. 사회적으로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서열이 매우 중요했다. 학생들은 부족한 입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앞 서열에 있어야 했다. 앞 서열에 있지 못하면 원하는 것을 차지하지 못했고, 그 결과에 의한 책임은 온전히 개인이 떠안아야 했다. 서열에서 밀리면 공부를 안 했거나, 적게 했거나, 부실하게 했다는 눈총을 받아야 했다. 입학하지 못한 책임을 학생이 다 감당해야 했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볼 때 과거에 비해 부족할 것이 거의 없다. 맑고 깨끗한 물과 공기 빼고는 거의 대부분 넘쳐난다. 이런 관점에서는, 지금은 서열매기기가 완화되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는 서열매기기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 없어져야 할 분야에서 조차 서열매기기는 더욱 강화된 것 같다. “부족함이 없어졌는데 서열매기기는 강화되었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는 선택에서 자유로워야 할 대상이 선택에서 압박이 엄청나게 큰 대상이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부족함이 없기에, 선택에서 자유로워야 하는데 마치 선택할 것이 몇 개 없는 것처럼 학생들을 구석지로 몰아넣어 부자유에 예속시키는 현상은 어른들이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마치 선택은 한 개만 있는 것처럼 선택의 폭을 넓히지 못했고, 선택할 것이 거의 없는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학생 수도 적고, 생활환경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지고 다양해졌기 때문에 양적으로 풍부하고, 질적으로 우수하며, 품종 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선택지가 주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금은 풍족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부족한 시대의 선택보다 더 어려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선택받지 못한 이유를 과거와 마찬가지로 온전히 학생에게 떠넘기고 있다. “네가 더 열심히 했으면”으로 원인을 돌리고 있다.
## 무지하거나 무책임하다.
개를 괴롭히면, 학대하면 징역 간다. 고양이를 학대해 괴롭혀도 징역 간다. 근데, 우리 학생들이 직면한 현실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쉬는 날이 없고, 쉬는 시간이 없어 학대받은 개, 고양이보다 더욱 학대를 받고 있다. 학대를 넘어선, 거의 죽음에 다다른 고통을 요구하고 있다. 단지, 공부를 열심히 하면 유토피아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서....그런데도 징역 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거기다 육적인 것보다는 영적인 것이 더 중요하므로 그래도 교회에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어른들은 많다. 교회를 다니는 학생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어린 학생으로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성적’ 딱 하나뿐인 현실에서 성적을 무시하고 ‘영혼’에 시간과 정성을 쏟기는 어렵다. 시험기간에 교회에 안 나오고 시험 공부하는 실태를 비난하는 목사님의 설교에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동의할 학생은 몇 명이나 될까? 사람은 3차원에 소속된, 구체적인 모습을 지녔다. 먹어야 하고, 입어야하고, 자야한다. 이것들은 3차원에 속한 사람에게 필수적인 요소다. 매우 중요한 현실적인 안건이다. 이런 실정을 무시한 채 “영혼이 중요하다”는 어른들의 주장은 공부를 하고 싶은, 해야 하는 한국의 학생에게는 무책임한 말이 된다. 먹고 살, 인간의 3차원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오히려 한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어른들에게 마땅한 대안을 내놓도록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 복음적이다. 어린 학생에게 ‘의무’를 지워서는 안 된다. 영혼이 중요하다는 설교, 전도를 하려면 우선,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교회에 나올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안의 필요성에 관심을 가지고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겠다는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영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대안을 제시하려는 책임감을 지녀야 하고, 대안을 찾을 방법을 힘써 구해야 하며,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힘써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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