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학교 개교 전 일이다.
선생님들과 일하다가 잠시 학교 운동장에 세워진 소녀상 앞에서 쉬고 있었다. 갑자기 운동장으로 고급승용차가 한 대 들어왔다.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올까? 모두 시선이 그 차 쪽으로 향했다. 중년이 지나 보이는 여자 한 분과 학생이 차에서 내렸다.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이곳이 용연학교가 맞냐?”고 물었다.
나는 “맞는데 9월에 개교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방송에서 100명의 선생님과 장학사 한 분이라고 말하던데 혹시 장학사가 누구냐고 물었다.
“제가 장학삽니다.”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다시 장학사가 맞냐고 되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여러 선생님 앞에서 말을 꺼냈다.
“우리 집은 아들이 둘이 있는데 큰아들은 공부도 잘하고 착하게 잘 크고 있는데 둘째 아이 때문에 너무 속상하고 괴로워서 둘이 그냥 뛰쳐나왔다. 우연히 방송에서 들었던 용연학교가 생각나서 찾아왔다. 얼마 전에 학교에서 우리 아이를 선생님이 얼마나 때렸는지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 이곳에서는 수업은 어떻게 하느냐. 졸업도 시켜 주느냐.”
어머니가 말하고 있는데 학생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애 아빠가 의사여서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다고도 했다.
나는 학생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님, 저희 용연학교는 일반 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이 싫어서 온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학생들에게 일반 학교에서 수업하는 방식으로 해서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이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입니다.
첫째는 학습보다 공부에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국어 수업은 신문에 나온 기사 중에서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을 읽어주면서 학습에 흥미를 갖게 해주고, 미술 과목은 자기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게 하고, 음악은 학교에 노래방이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노래 연습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도 부르면서 자유롭게 수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침밥도 못 먹고 학교에 온 학생이 많습니다. 그런 학생한테는 아침밥까지 줄 겁니다. 그리고 졸업 문제는 학생이 여기서 공부하다가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으면 원적이 있는 학교로 다시 가고,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여기서 졸업하고 졸업장은 원적 학교 졸업장을 받게 됩니다. 그 졸업장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됩니다.”
나는 소상히 말씀을 드렸다. 잘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조금 전에 학생이 선생님에게 맞았다고 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말해 달라고 했다. 순간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긴긴 세월 수백 번 원망과 용서 거듭하면서 살아왔지만 ‘체벌’이란 말만 들어도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솟는 것은 나의 고질병이다. 심하게 말하면 악착같이 생활지도 매달렸던 것은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근원의 슬픔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우리 애가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물총놀이를 했는데 친구들하고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우리 아들이 먼저 욕을 하고 몹쓸 짓을 했다고 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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