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서
어느 곳에 땅이 몇백 평 있는데 그것을 팔아서 보태라는 분도 있었고, 서울의 어느 독지가는 7천만 원이란 큰 금액을 후원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7월 삼복더위가 숨막히게 했던 여름날.
폐교된 지원초등학교에 한여름 밤의 기적이 시작되었다. 금전적으로 후원해 주셨던 선생님들이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을 마치고는 지원초로 모여들었다. 톱과 수레를 끌고 수목을 정리하고, 망치를 들고 부서진 교실문과 칠판을 고쳤다. 이 구석, 저 모퉁이에서 소리 없이 페인트통을 들고 벽면을 단장하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교구들도 늘어갔다. 후원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하나둘씩 가져다 놓은 것들이었다.
용연학교가 문을 열었다.
2008년 9월 1일, 용연학교가 문을 열었다.
연인원 200여 명의 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한 몸이 되어 뜨거운 여름을 보낸 결과였다. 많은 것들이 불가능해 보였다. 터전을 잡는데 생각보다 큰 비용이 필요하였고, 어렵게 구한 장소와 건물은 그야말로 폐허였다. 그러나 뜻을 같이한 100명의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전국의 후원자들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다. 위탁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여러 선생님들이 가지고 있던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혜를 모았고, 흔쾌하게 도와주신 후원금은 자양분이 되었다. 교실을 다듬고, 교정을 정리해 주신 봉사정신이 용연학교의 9월 개학을 가능하게 했다.
지역사회와 교육계에서 존경받는 김철구 선생님을 초대 교장선생님으로 모시고 상근교사 4명과 광주지역 현직 교사와 목공예 전문가 등 20여 명의 강사진을 꾸려 출범했다. 현직 교사들은 용연학교 수업 봉사를 위해 해당학교 수업을 변경하였고, 대학 교수를 비롯하여 상담, 스포츠, 생활미술, 원예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해 주었다.
각 학년마다 20명 정도 수용할 수 있게 계획했는데 시작은 2학년 남학생 1명과 3학년 여학생 5명으로 첫 수업을 시작하였다. 김00 양은 “오랫동안 학교를 떠나 있다가 새롭게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신기하고 재미있으며 선생님들이 진심으로 보듬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문00 선생님은 “나름대로 꿈이 많은 학생들에게 우리는 너무나 쉽게 문제아로 낙인찍지 않았나 생각하고 열정과 사랑으로 대하겠다.”는 출발의 다짐을 했다.
학교 체계가 잡혀가고, 수업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위탁학생도 늘어갔다. 학생들이 대부분 아침밥을 거르고 오기에 아침 급식까지 실시하고자 급식 자원봉사자까지 도움을 받는 등 지속적으로 교육환경을 보완해 갔다. 그리고 조촐하게나마 개교 기념식도 갖기로 했다.
예상 밖이었다. 2008년 9월 22일, 용연학교 개교 기념식 초청장을 받은 지역사회 인사들 대부분이 오셔서 큰 성황이었다. 교육감을 비롯하여 교육계 원로와 시대 교장단, 학교 학생부장, 시의회 의장단, 교육위원, 구청장, 후원회원, 지역 주민 등 내빈과 축하객으로 가득했다. 3개월 만에 이뤄낸 기적 같은 기념식이었다.
용연학교가 출범하고 이제 십수 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2천여 명의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 거쳐갔다. 2013년에는 지금의 신창동 옛 교육연수원 자리로 이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국 최초로 설립된 학교 부적응 중학생 전담 용연학교는 우리나라 Wee스쿨의 모델이 되어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고, 용연학교의 성공은 고등학교 위탁기관인 ‘돈보스코학교’ 설립의 배경이 되었다. 그리고 여러 차례 표창과 혁신모델이 되어 포근한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광주라는 교육도시의 한 지역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전국에서 힘들게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등불이 되었다는 점에서 더 큰 교육사적 의미가 있다. 수많은 분들이 오셔서 격려해 주시고 사례를 본받아 갔었는데 특히 이희호 여사가 방문해서 해주신 격려는 지금도 잘 새기며 힘들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있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