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화) 15:31
| 빨간 프라이드-2 미션21 phj2930@nate.com |
| 2025년 06월 17일(화) 1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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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서
바로 옆에는 같은 재단의 인문계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그들보다 더 늦게 간다는 자부심으로 00공고라 하지 않고 00인문고등학교라 명명하기도 했다.
이렇게 밤늦게까지 순항하는 학급이었지만 간혹 도망을 가거나 비행을 저지르는 학생도 있었다. 이 애들은 시내에서 빨간 프라이드만 보면 깜짝 놀라 줄행랑을 쳤다. 자기들을 잡으러 다녔기 때문이었다. 프라이드를 몰고 학생들이 있을 만한 시내 곳곳의 오락실, 만화방, 당구장을 뒤지고 다녔다. 나에게는 매일 밤낮이 따로 없었다. 낮에는 수업하고, 쉬는 시간에는 우리 반 교실을 들락거렸다. 밤에는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다시 애들 먹거리 챙기고, 종례를 했다. 그리고 빨간 프라이드와 함께 한 마리 어린 양을 찾아 밤거리를 누볐다.
8명씩 데리고 살면서 항상 부족한 것은 식량과 급식비 그리고 애들의 생활비였다. 생활비를 보태줄 여유 있는 부모가 드물었다. 우리는 사천 평의 농장에 닭, 오리, 토끼를 키웠다. 토끼는 번식력이 강해서 처음 10마리로 시작했는데 얼마 후 200마리까지 늘더니 그 다음부터는 셀 수가 없었다. 토끼는 구멍마다 새끼를 낳아서 온 동네 사방으로 찾아다녔다. 학생들과 나를 보고는 마을 사람들이 좀 이상하다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토끼뿐만 아니라 닭도 달걀을 아무 데나 낳아버렸다. 풀속에 있는 달걀을 거두기 위해서 세숫대야를 들고 밤마다 플래시 불빛으로 달걀을 찾으러 다녔다.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는 지저분한 이물질이나 닭똥을 깨끗이 닦아서 시내 말바우시장으로 팔러 다녔다. 처음에는 ‘달걀 사세요’란 말을 못했는데 애들이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청정 지역에서 난 달걀이요∼.”
여러 명이 여기저기서 외치니 재래시장에 온 분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봤다. 달걀 보다는 무슨 일인가 싶어 궁금해 했다. 한 학생이 아이디어를 냈다.
“선생님, 이렇게 외칠 것이 아니라 써 붙이게요.”
‘청정 지역에서 풀어놓고 키운 닭’,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공해 노지 달걀’, ‘학생들이 직접 키운 영양 달걀’이라 쓴 종이를 몇 군데 붙였다. 달걀이 잘 팔리고, 돈 꽤 벌었다. 달걀을 가장 잘 판 친구는 지금 코미디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원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시장에서 달걀 장사를 하신 분들이 쫓아왔다. 왜 노상에서 달걀을 팔고, 자기들에게 피해를 주느냐고 항의했다. 우리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달걀 판매를 계속했다. 이 골목, 저 가게로 쫓겨다니면서도 용전의 달걀을 팔아 생활비에 보탰다. 학습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생활공동체도 되면서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었가. 가축이 급격히 불어나자 사료가 부족했다. 여름철에는 온통 풀밭이니 그런대로 버텼으니 겨울이 문제였다. 생각해 낸 것이 학교급식이었다. 급식 후 남은 잔반을 프라이드에 실었다. 닭, 오리들이 너무나 잘 먹었다. 아이들은 가져온 음식물을 맡은 가축들에게 먹이면서 엄청 좋아했다. 가축들의 자란 모습이 눈의 띌 정도로 잘 컸다. 번호판도 찌그러진 ‘광주 1도 6076’, 빨간 프라이드는 하루에도 몇 번을 변신했다. 등하교를 시키는 통학차가 되었다가, 화물차가 되어 가축 사료를 운반하고, 학생들을 찾아 떠도는 순찰차이기도 했다.
1994년 3월에 인연을 맺어 약 9년간 이 빨간 프라이드를 타고 다녔다. 이 빨간 프라이드를 보낼 때 우리는 모두 울었다. 물론 학습공동체를 마무리하고 707명의 아이들과 헤어진 후에도 바로 정리하지 않았다. 장학사 시절에도 이 빨간 프라이드를 타고 다녔다. 50만 킬로미터. 그런데도 잘 굴러다닌 빨간 프라이드는 강하고 야무진 차였다. 우리집에서 살았던 그 아이들은 지금 어른이 되어서도 빨간 프라이드가 지나가면 사라질 때까지 쳐다본다고 한다. 빨간 프라이드에 대한 기대, 애환, 공포로 빨갛게 물든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한다. 프라이드를 보낸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 뜨거운 교직 인생은 빨간 프라이드와 함께 했다고 생각된다. 아이들도 말한다.
‘빨간 프라이드는 박주정 선생님이고, 빨간 프라이드는 우리 707명의 추억이다.’
어느 날 어머니 한 분을 태웠는데 창문이 고장 났다. 가끔 길거리에서 멈추곤 했다. 수명이 다했고, 다른 인연이 시작되었다. 폐차장 레커에 실려 갔다.
나는 빨간 프라이드와 이별할 때 눈 붉게 울었다. 돌아보며 또 울었다.
바로 옆에는 같은 재단의 인문계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그들보다 더 늦게 간다는 자부심으로 00공고라 하지 않고 00인문고등학교라 명명하기도 했다.
이렇게 밤늦게까지 순항하는 학급이었지만 간혹 도망을 가거나 비행을 저지르는 학생도 있었다. 이 애들은 시내에서 빨간 프라이드만 보면 깜짝 놀라 줄행랑을 쳤다. 자기들을 잡으러 다녔기 때문이었다. 프라이드를 몰고 학생들이 있을 만한 시내 곳곳의 오락실, 만화방, 당구장을 뒤지고 다녔다. 나에게는 매일 밤낮이 따로 없었다. 낮에는 수업하고, 쉬는 시간에는 우리 반 교실을 들락거렸다. 밤에는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다시 애들 먹거리 챙기고, 종례를 했다. 그리고 빨간 프라이드와 함께 한 마리 어린 양을 찾아 밤거리를 누볐다.
8명씩 데리고 살면서 항상 부족한 것은 식량과 급식비 그리고 애들의 생활비였다. 생활비를 보태줄 여유 있는 부모가 드물었다. 우리는 사천 평의 농장에 닭, 오리, 토끼를 키웠다. 토끼는 번식력이 강해서 처음 10마리로 시작했는데 얼마 후 200마리까지 늘더니 그 다음부터는 셀 수가 없었다. 토끼는 구멍마다 새끼를 낳아서 온 동네 사방으로 찾아다녔다. 학생들과 나를 보고는 마을 사람들이 좀 이상하다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토끼뿐만 아니라 닭도 달걀을 아무 데나 낳아버렸다. 풀속에 있는 달걀을 거두기 위해서 세숫대야를 들고 밤마다 플래시 불빛으로 달걀을 찾으러 다녔다.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는 지저분한 이물질이나 닭똥을 깨끗이 닦아서 시내 말바우시장으로 팔러 다녔다. 처음에는 ‘달걀 사세요’란 말을 못했는데 애들이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청정 지역에서 난 달걀이요∼.”
여러 명이 여기저기서 외치니 재래시장에 온 분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봤다. 달걀 보다는 무슨 일인가 싶어 궁금해 했다. 한 학생이 아이디어를 냈다.
“선생님, 이렇게 외칠 것이 아니라 써 붙이게요.”
‘청정 지역에서 풀어놓고 키운 닭’,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공해 노지 달걀’, ‘학생들이 직접 키운 영양 달걀’이라 쓴 종이를 몇 군데 붙였다. 달걀이 잘 팔리고, 돈 꽤 벌었다. 달걀을 가장 잘 판 친구는 지금 코미디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원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시장에서 달걀 장사를 하신 분들이 쫓아왔다. 왜 노상에서 달걀을 팔고, 자기들에게 피해를 주느냐고 항의했다. 우리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달걀 판매를 계속했다. 이 골목, 저 가게로 쫓겨다니면서도 용전의 달걀을 팔아 생활비에 보탰다. 학습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생활공동체도 되면서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었가. 가축이 급격히 불어나자 사료가 부족했다. 여름철에는 온통 풀밭이니 그런대로 버텼으니 겨울이 문제였다. 생각해 낸 것이 학교급식이었다. 급식 후 남은 잔반을 프라이드에 실었다. 닭, 오리들이 너무나 잘 먹었다. 아이들은 가져온 음식물을 맡은 가축들에게 먹이면서 엄청 좋아했다. 가축들의 자란 모습이 눈의 띌 정도로 잘 컸다. 번호판도 찌그러진 ‘광주 1도 6076’, 빨간 프라이드는 하루에도 몇 번을 변신했다. 등하교를 시키는 통학차가 되었다가, 화물차가 되어 가축 사료를 운반하고, 학생들을 찾아 떠도는 순찰차이기도 했다.
1994년 3월에 인연을 맺어 약 9년간 이 빨간 프라이드를 타고 다녔다. 이 빨간 프라이드를 보낼 때 우리는 모두 울었다. 물론 학습공동체를 마무리하고 707명의 아이들과 헤어진 후에도 바로 정리하지 않았다. 장학사 시절에도 이 빨간 프라이드를 타고 다녔다. 50만 킬로미터. 그런데도 잘 굴러다닌 빨간 프라이드는 강하고 야무진 차였다. 우리집에서 살았던 그 아이들은 지금 어른이 되어서도 빨간 프라이드가 지나가면 사라질 때까지 쳐다본다고 한다. 빨간 프라이드에 대한 기대, 애환, 공포로 빨갛게 물든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한다. 프라이드를 보낸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 뜨거운 교직 인생은 빨간 프라이드와 함께 했다고 생각된다. 아이들도 말한다.
‘빨간 프라이드는 박주정 선생님이고, 빨간 프라이드는 우리 707명의 추억이다.’
어느 날 어머니 한 분을 태웠는데 창문이 고장 났다. 가끔 길거리에서 멈추곤 했다. 수명이 다했고, 다른 인연이 시작되었다. 폐차장 레커에 실려 갔다.
나는 빨간 프라이드와 이별할 때 눈 붉게 울었다. 돌아보며 또 울었다.
미션21 phj2930@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