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 주년을 맞아
세월호를 담았던 글을
다시 돌아본다.

[역사의 증인, 단원고 아이들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부실 구조로 비판받은 전 목포해경 경비정 123정 정장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책임을 방기한 죄다. 한 짓에 비해 양에는 안차지만, 국가에 책임이 있음을 확인한, 중요한 심판이었다. 끝까지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
세월호 가족들이 안산에서 팽목까지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장장 3주간에 걸친 강행군이다. 아빠들만 하는 게 아니고, 엄마들도 함께 한다. 중간중간 단원고 아이들도 함께 한다.
행진에 참여한 사람들의 가슴과 등에는 ‘철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이 둘려있다.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문구다. ‘5.18 진상을 규명하라!‘ ‘5.18 책임자를 처벌하라!‘
대장정중 빛고을구간 이틀을 함께 했다. 빛고을구간은 5.18의 현장을 모두 거쳐갔다. 5.18때는 무장군인을 보내 생명을 앗아가더니, 이번에는 ‘기다리라’는 말로 귀한 생명을 수장시켰다.
지난 여름 광화문에서 유민이 아빠를 만났다. 40일간의 단식을 마치고 병원에서 몸을 추스리고 나서 밥을 먹기 시작한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광주에서 왔다고 하니 말문을 연다. “광주에서 많이 배웁니다. 진실규명이 하루이틀에 이루어질 것 같지 않고 유가족들도 지쳐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광주가 오랜 세월 끈질긴 투쟁으로 5.18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처벌을 했듯이, 우리도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이루어내겠습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세상이 저를 이렇게 만드네요… 많은 사람들이 저를 비롯해서 유가족들를 지켜보고 있으니 말 한마디도 생각하면서 해야 하고, 눈동자, 얼굴표정조차도 조심하게 됩니다.” 평범했던 사람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큰 사람’이 되었다. 역사가 사람을 만들어간다.
- 너희들이 본 진실을 밝히고 널리 알려라 -
Were You there when they crucified My Lord?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았을 때, 너 거기 있었는가? 흑인영가(靈歌) 중에 많이 알려진 노래다.
2000년 전 십자가에 못 박혀 살해된 예수의 진실은 무엇이었는가? 기득권 수구세력의 이해관계 때문에, 코앞의 이익에만 눈이 먼 우매한 군중들 때문에, (국가)권력에 의해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혀 살해되었다. 수많은 목격자들이 이 ‘사실’을 전하여 지금은 온 세상의 빛이 되고 인류를 구원하는 상징이 되었다.
Were You there when they sunk Your Friends?
너희 친구들을 바닷속에 가라앉혔을 때, 너 거기 있었는가?
단원고 아이들아, 살아남은 아이들아,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아. 너희들은 더 이상 살아남아서 슬픈 자가 아니다. 너희들은 더 이상 살아남았기 때문에 죄지은 자가 아니다. 더 이상 나약하게 주저앉지 말라. 더 이상 눈물방울만 세고 있지 말라. 친구들을 잃은 아픔을 딛고 일어나거라. 원하지 않았지만 너희들은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소중한 목격자들이니라. 너희들은 그 참혹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산 증인들이니라.
똑같이 (국가)권력에 의해 죽어간 너희 친구들. 더 이상 다른 친구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더 이상 너희 아우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너희 아이들대에도 똑같은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의 목격자로서, 역사의 증인으로서 너희가 해야 할 일이 많구나.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언덕을 올라가는 예수의 어깨처럼 무겁고 힘든 일이구나.
We shall overcome.
우리 승리하리라.
Lst’s go hand in hand.
우리 모두 손을 잡고 함께 가자.
함께 하마.
생떼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 우리 아이들은 허망하게 갔지만,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진실을 밝혀내야 합니다. 책임자를 찾아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다시는 죄없이 아이를 잃는 부모가 생겨서는 안됩니다. 힘내십시오.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책임자가 책임을 지는 날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이 글은 2015년 세월호 1주기에
기독교 주간신문 <미션21>에 쓴 칼럼입니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