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시절 배우고 기억하고 있던 내용 중에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4대 의무가 있었다. 의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다. 1948년에 제정된 제헌 헌법에서부터 지금까지 국민의 기본적 의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언제부터인가 깨끗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환경보전의 의무’를 포함하여 국민의 5대 의무라고도 한다. 환경보전의 의무는 헌법 제9호 제35조가 1980년 10월 27일에 제정되면서 처음 추가가 되었다. 그런데 정부와 발을 맞춰 일해야 할 여당의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27일 기후 위기 관련 총선 정책을 발표하면서 “RE100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라고 조롱하며 누군가를 폄훼하듯이 말했다. 정말 그래도 될까?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으로,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발족된 것이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 여기서 재생에너지는 석유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RE100은 정부가 강제한 것이 아닌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일종의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크게 태양광 발전 시설 등 설비를 직접 만들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서 쓰는 방식이 있다. RE100 가입을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본부인 더 클라이밋 그룹의 검토를 거친 후 가입이 최종 확정되며, 가입 후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받게 된다. 한편, 국내 기업들 다수도 한국 RE100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인 조천호 박사는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은 납품하는 기업에 2030년부터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상품과 부품을 요구한다"며 “그래서 삼성을 비롯한 한국 대표 기업들도 RE100 선언에 합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 박사는 “지금 우리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으로는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도 부족한 형편"이라고도 짚었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100% 조달이 안 되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야 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우리나라가 먹고 살려면 RE100은 알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집권여당이…."라고 했다.
헌법 제9호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인 정부와 여당대표는 RE100은 몰라도 된다는 식의 오만함을 가지고 나라를 경영해서는 곤란하다. 대한민국의 핵심 먹거리, 반도체 산업과도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집권세력이 오판하면 국민이 힘들어 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법무부장관과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은 무겁고도 신중해야 한다. 오만하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가만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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