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총선이다. 대통령지지도, 국정지지도, 정당지지도, 정책에 대한 의견 등 여론조사가 일상화되어있는 여론조사의 홍수속에서 총선이 다가오니 총선여론조사가 덧대서 기승을 부린다.
쏟아지는 여론조사결과 속에서 들쭉날쭉한 여론조사결과들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전문가의 입장에서 거든다.
1987 대선때부터 대중에게 퍼지기 시작한 여론조사. 조사매체의 발달에 따라 기법이 많이 달라지고 발전해왔는데, 이제는 매체의 발전과 변화에 민감한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여론조사기법의 발전에 더 앞서가고 있다.
전화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가는 ‘면접조사’, 우편으로 설문을 보내서 돌려받는 ‘우편조사’ 등이 주된 방법이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었다. 면접조사는 정해진 표본(응답자)을 직접 만나서 묻기 때문에 정확성은 매우 컸지만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드는 단점이 있고, 우편조사는 비용은 적게 들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회수율이 낮아 상황판단을 하는 방법으로서는 부적합했다. 실제로 1936년 미국 대선에서 1,000만명이 넘는 대규모의 우편조사를 통해 야심작으로 내놓았던 여론조사가 얼토당토않은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Liberty Digest의 사운이 바뀐 것은 교과서적인 사례다.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가지게 되면서부터 비용도 덜 들고, 훨씬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전화조사방법이 대세를 이뤘다. 특히 시간을 다투는 선거여론조사에서는 대 혁명이었다. 전화보급율이 높지 않으면 전화를 가진 사람과 못가진 사람들의 경제적 차이 때문에 조사결과가 왜곡될 수 있어서 선거조사 등에서 쓰기는 어려웠는데, 누구나 전화를 가질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여론조사의 꽃이 되었다.
무선전화(이동전화)가 대세가 되면서부터 유선전화를 안가진 사람들이 늘게 되고 전화조사방법은 다시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조사기관에 따라 유선전화와 이동전화를 안배하는 방법을 쓰기도 하다가 이제는 이동전화로만 하는 조사가 자리잡게 되었다.
한편, 새로운 매체로 등장한 ARS로 전화조사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조사할 수 있고, 조사원에 따른 편차가 없다는 장점이 있어서 많이 쓰였다. 그러나 지금은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광고홍보에 ARS가 이용되면서 공해가 되어버린 까닭에 응답율(첫 표본 조사완성율)이 거의 바닥까지 떨어져버렸고, 낮은 회수율(응답율) 때문에 일찌감치 여론조사수단으로 부적절 판정을 받은 우편조사와 함께 ARS도 이제 더 이상 ‘정확한 여론을 알아보는 조사방법으로는 쓸 수 없다’고 조사방법론 교과서에도 나와있는데, 아직도 이 방법을 쓰고 있는 기관이 많이 있다.
정확한 여론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부적절한 ARS조사
조사방법을 기준으로 평가를 하면, ‘무선전화를 이용한, ARS가 아닌 조사원이 직접 묻는 전화조사’가 현재는 가장 바람직한 조사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삼고 있는 ‘조사결과의 부정확성’, ‘조사결과의 왜곡(?)’은 단지 매체의 문제라기보다 ‘설문의 공정성’과 ‘응답율’등의 원인이 더 크다. 의도적으로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공정하지 않은 기울어진 설문지를 이용한다거나 편파적인 표본을 쓰는 것은 굳이 여기서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정확한 결과를 얻어내려고 하는 조사에서도 매체를 잘못 고르거나 조사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왜곡시키려는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부정확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ARS는 기계가 설문을 하기 때문에 응답자가 응답을 잘못 이해한다거나, 실수로 번호를 잘못 눌렀을 때 바로 잡을 수가 없다. 표본에 뽑힌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나 어린 아이들이 전화를 받아도 응답으로 처리되어 바로잡을 수 없다. 또한 무엇보다도 ARS공해 때문에 무조건 끊어버리더라도 기계는 다시 걸지 못하고 다음 표본으로 넘어가버린다.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할 때는 다시 걸거나, 표본에 해당하는 사람을 끝까지 찾아서 할 수 있지만, ARS기계는 불가능한 일이다. ARS조사방법은 정확한 여론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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